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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외평채 2008년 vs 2013년


2008년 8월 국제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이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사태가 확산되면서 돈을 빌려주면 떼일 수 있고, 그래서 거래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카운트파트너 리스크가 시장을 짓눌렀다. 바로 1개월 뒤 리먼 브러더스가 흔들렸다. 극심한 신용경색은 9월15일 미국 4위 투자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알리는 전주곡이 울린 것이다.

△한국엔 여름부터 9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국채 만기가 9월에 집중 도래한다는 게 위기설의 배경이다. 지금의 금융위원장인 신제윤 당시 국제업무관리관이 호기를 부렸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미국에서 좋은 조건으로 발행해 한국 경제 위기설을 한방에 잠재우겠다고 나선 것. 하지만 로드쇼의 결과는 참담했다. 내심 180bp(1.8%포인트)면 될 줄 알았던 가산금리가 200bp를 훌쩍 넘었다. 설상가상으로 김정일 중병설까지 겹쳤다. 약점을 간파한 월가에서는 300bp를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큰소리쳤던 신 차관보는 결국 발행계획을 접고 빈손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외평채는 환율시장 안정 재원인 외국환평형기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다. 해외 에서 조달한 달러는 원화가치가 급락할 때 풀어 환율상승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발행 때 중요한 것은 가산금리. 금리의 높고 낮음은 우리나라 대외 신용도의 측도가 된다. 외화표시 외평채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1998년 40억달러어치가 첫 발행됐다. 당시 가산금리는 5년 물 345bp, 10년 물 355bp. 미국 국채보다 3.5%포인트의 이자를 더 물어야만 했다.



△정부가 외평채 발행에 나설 모양이다. 2009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최근 우리 국채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감안한다면 역대 최저금리에 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현재 분위기론 가산금리는 100bp 될까말까 하는 수준이다. 2008년 9월 우리 정부는 월가에서 을(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외평채를 발행한다면 사겠다는 투자자가 줄 설 것 같으니 갑(甲)이라고 해야 하나.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지만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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