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의료보험)개혁법안이 차질 없이 시행되면 미국은 의료보험 후진국이라는 꼬리표를 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5,400만명. 직장을 잃으면 하루 아침에 무보험자로 전락하게 된다. 미국의 1인당 연간 의료보험료는 자그마치 8,000달러. 미국 평균소득의 16%가 보험료로 날라가는 셈이다. 정부 재정이 지원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 의료보험은 완전 민영화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런 과도한 보험료는 미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미 자동차 '빅3'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과도한 복지비용의 상당 부분이 퇴직자 건강보험 비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건보 개혁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10년 동안 3,200만명이 새로 보험 혜택을 받는다. 법안 통과로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높은 보험료를 받거나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없게 되는 등 종전의 횡포는 줄게 된다. 메디케어(노인 건강보험) 적용 범위도 65세 이상에서 55세 이상으로 확대되고 메이케이드(저속층 보험) 지원도 늘어난다. 26세 이하는 부모의 가입으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청년층의 보험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은 10년간 9,400억달러.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위해 연 소득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게 매기는 메디케어 세율을 1.45%에서 1.95%로 상향 조정하고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등 기업에 세금을 더 물려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공화당은 법안이 '재정의 프랑켄슈타인'이 될 것이라며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의회조사국(CBO)이 앞으로 오는 2019년 이후부터 재정 적자 부담이 1,380억달러 줄 것이라고 추정을 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로 미국인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의 의료보험비용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금 인상과 의료보험사와 제약사 등의 부담을 늘리기로 했지만 논란의 대상이던 '퍼블릭옵션(정부 주도 의료보험)'이 제외되면서 민간 보험사의 보험료 인하 압력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퍼블릭옵션은 민간 보험사와의 경쟁을 통한 보험료 인하를 겨냥하고 있지만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24일 상원 법에서 제외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저소득층의 혜택이 늘어나지만 중산층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 국민 60%가 건보 개혁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보험사와 제약사의 세금부담이 의료보험료로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