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8월 발표된 고노 담화에서 일본은 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위안소의 설치·관리,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는 일본군이 관여했고 일본군 위안부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진심으로 올린다"는 것이 고노 장관의 발언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올해 3월14일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아베의 이 발언 역시 정치적 계산이 들어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아베는 이미 2012년 8월 "재집권하면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올해 2월에는 "(위안부 피해자 조사 내용에 관해) 학술적 관점에서 더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관방장관에게 지시까지 했다. 과거사의 은폐·왜곡을 통한 고노 담화 훼손이 태평양전쟁 당시의 식민지배에 대한 공식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은 일본 스스로 인정한 역사적 진실일 뿐 아니라 유엔 인권 메커니즘과 각종 협약 등을 통해 누차 확인된 역사의 진실이다. 특히 전쟁 중 여성에 대해 자행된 성폭력은 국제사회가 공분하는 반인륜적 범죄다. 역사적 진실과 인류로서의 양심을 동시에 저버리는 일본 정부의 기도(企圖)는 어차피 성공하기 어렵다. 북핵 문제 등으로 한미일 공조가 중요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고노 담화 무력화'를 기도하고 나선 것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선조가 저지른 부끄러운 침략의 과거를 청산하고 후손에게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물려주는 것이 지금의 일본인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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