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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서사시 통해 본 서민 삶과 애환

■이조시대 서사시(임형택 지음, 창비 펴냄)


다산학술상, 만해문학상, 단재상, 인촌상을 수상한 한국 최고의 한문학자 임형택 교수의 대표작 '이조시대 서사시'가 새롭게 출간됐다.

이 책은 지난 92년 창비에서 초판을 발간한 것을 다시 보완해 출판한 것이다.

전통적인 실사구시의 학풍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한국학의 질적 수준을 높인 것으로 평가 받는 저자는 사회 모순의 핵심을 파고 드는 엄선된 작품들을 통해 조선왕조 서민대중의 삶의 질곡과 애환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임교수는 책에서 사회 모순과 기층민의 삶을 예리하게 파고 드는 시인, 작가의 감성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떠돌이 여자가 자기 아기를 길에 버려 호랑이 밥이 되게 만든 기막힌 사연, 거지 노인이 재산과 처자를 잃고 유랑하는 쓸쓸한 인생 여정 등 지금의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은 수백년 전 삶의 애환이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



책에 기술된 뛰어난 상황묘사와 생생한 캐릭터 구현, 그리고 극적인 장면 연출과 주인공 내면의 감성 표현까지 '이조시대 서사시'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풍성하다.

임형택교수는 책을 통해 "한시 속에서 서사시를 발견한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며"30년전 허균의 '객지에서 늙은 여자의 원성'을 발굴한 이래 현실주의 문학의 풍부한 자산을 발굴해 한국학의 지평을 넓히는 것을 필생의 과업으로 인식했다"고백한다.

그가 축적한 방대한 고전 문헌 속에서 122편의 '이조시대 서사시'만 가려 뽑아 20년 만에 다시 내놓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빼어난 작품을 읽는 재미와 함께 더욱 높아진 한국학의 위상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각권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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