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릴 적에는 무한하고 참신한 상상력으로 세계를 그려보고 하늘을 날거나 물 위를 걷는 막연한 꿈을 꾸기도 하고 불가사의한 마법의 힘을 통해서라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러다 삶의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마법을 부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로 돌아와서 반복적으로 재현이 가능한 안정적인 방법, 즉 경험론을 토대로 한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인류 역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중세까지는 불가사의한 마법의 존재를 인정하는 불명확한 사회 구조가 작동해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그리고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과 르네상스 이후로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토대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진적으로 이성적인 사회 질서를 형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마법처럼 불가능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포기할 것만은 아니다.
흔히 인간사회에 큰 파급력을 미친 것은 주로 이러한 꿈이나 상상이 과학적으로 검증돼 가능해진 경우가 많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현재의 우주항공 산업을 이룬 것처럼 꿈은 실제로 이뤄지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점이다.
많은 예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과학적 방법론의 구현이 오랜 시간과 끈질긴 노력, 그리고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정부나 산업체에서는 큰 경제적 부가가치와 많은 일자리 창출과 연결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분야의 연구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에 들어서는 이처럼 많은 돈을 투자해 좋은 연구가 가능하게 되거나 좋은 연구결과가 또다시 막대한 돈을 벌게 해주기도 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하는 연구결과를 신속하게 얻게 되면 투자자는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연구자는 재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그런데 짧은 기간 내에 어려운 기술을 검증하고 산업화까지 이뤄내기를 바라는 조급한 마음은 효율적인 동기부여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에 대해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가진다.
이처럼 결과를 너무 신속하고 쉽게 얻고자 하더라도 과학은 마법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진리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다 해도 그녀의 호의를 확신할 수 없는 쌀쌀맞은 미인과 같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차라리 과학은 어쩌면 우둔하고 미련해 보일 정도로 반복하고 재구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경험적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과학자의 정직성과 투자자의 냉철하고 참을성 있는 평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급효과가 큰 연구일수록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투자해 여러 가지 꾸준한 노력들이 결실 맺을 때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과학적 토양이 마련되고 더불어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기본원칙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과학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연구과제 목표와 기간에 대한 합리적인 수립, 연구 수행자 선정의 구조적 투명성 등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때 다양한 원천기술이 개발될 수 있고 이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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