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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작가 '속살'을 보다

소마미술관 '한국 드로잉 백년전' 6월1일까지<br>창작과정·생활모습등 드로잉 통해 볼 수 있어<br>박수근·이중섭·구본웅 작품등 250여점 전시

박고석‘부산’

하인두‘생각하는 사람’

드로잉을 단순한 밑그림 정도로, 미완의 단계라고 한다면 편협한 생각이다. 드로잉은 작가의 발상에서부터 상상, 완결을 향하는 과정과 실험성까지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올림픽공원 내 위치한 소마미술관이 ‘한국 드로잉 백년전:1870~1970’을 열고 있다. 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50여명의 한국 근현대 작가의 드로잉 250여 점이 6개 전시실을 채웠다. 창작세계가 좀더 솔직하게 드러나기에 드로잉은 작가의 속살을 보이는 것과 진배없다. 완성도나 탁월한 기교가 탄성을 자아내지만 그 못지 않게 고민의 과정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에는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흔적이 드러난다. 비록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연마했고 서툴고 단순해 보이는 선에는 힘과 품격이 배어난다. 산을 즐겨 그린 박고석의 도봉산 연작, 기왓장과 나뭇가지 하나에도 필력이 담긴 동양화가 변관식의 작품들에도 단련의 과정이 보인다. 미술관 앞뜰에 전시된 문신의 대형 조각 ‘올림픽 화합의 장’을 눈 여겨 보고 입장한다면 5전시실에서 작가의 구상과정을 담은 드로잉과 비교해 보는,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드로잉은 작가들의 생활상도 보여준다. ‘한국의 로트렉’ 구본웅의 굽은 등이 그대로 드러난 그의 작업 장면. 미상의 동료 작가가 그려준 이 작품은 서양 화풍이 처음 도입되던 1900년대 초 작가들의 일상을 얘기해 준다. 훗날 가족을 두고 월북한 작가 이쾌대는 유난히 아내의 얼굴을 자주 그렸고 작품에도 애틋함이 스며있다. 이중섭은 동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즐겨 채집했다. 나란히 걸린 ‘이중섭 좌상’은 친구 한묵이 그린 것으로 가난과 병,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괴로워하던 그의 고통이 배어난다. 서양화가 하인두는 형태의 힘이 느껴지는 소묘를 통해 구상에서 추상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의 드로잉은 자체로서 금속 조각을 연상케 하고, 정창섭과 이우환은 정신성을 선으로 표현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 외에도 불화의 밑바탕인 불화초도, 시인 이상의 ‘오감도’, 건축 미학이 반영된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도 등은 넓은 의미의 드로잉으로 백년사에 포함됐다. 전시기획자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섬세함과 과감함을 넘나드는 작가들의 탁월한 ‘손맛’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6월1일까지. (02)42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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