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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인상 깊었던 필자의 여행지는 오드리 헵번이 여생을 보낸 스위스 몽트뢰 인근 모르주의 톨로세나다. 헵번은 평소 존경하는 인물이라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그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게 여운이 남을 정도다.
여행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항상 여행이라는 단어와 가깝게 지내는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과연 어디일까 자신에게 물어본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오드리 헵번이 숨을 거두기 전 아들에게 쓴 편지가 있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라고 했다 한다. 정말 멋진 말이다.
톨로세나를 여행하며 오드리 헵번의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일상에 휴식을 주기 위해 떠난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필자가 여태까지 해온 일들, 그리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펼쳐지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스스로 디자인하는 자유여행으로 톨로세나를 떠날 때쯤 또 한 뼘 자라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필자에게 가볼 만한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말들을 하고는 한다. 그럴 때마다 추천 여행지보다 더 중요한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말한다. 여행의 의도와 목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마음의 방향만 따라가도 자신에게 큰 선물을 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항상 우리는 현실에서 많은 역할을 하며 살고 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모두 다른 역할을 꿋꿋이 이겨내며 생활하고 있다. 그만큼 나만을 위한 시간과 생각이 부족할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추억을 만든다는 것은 역할 수행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자신을 위한 투자와 시간을 통해 현장에서 습득할 수 있는 색다른 이야기들을 만나보기를 바란다. 글 속이나 이미지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시간들을 현실로 만들어보기를 바란다. 당신을 위한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초심으로, 계획들을 가지고 시작했던 2014년이 어느덧 막바지다.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믿기지가 않는다. 기쁜 일들도 많았지만 유독 국가적 슬픔도 많았던 한 해다. 울고 웃은 2014년을 넘어 올해도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한 분들께 먼저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사실 1년 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일상에서 자신을 쉬게 해줄 필요도 있다. 늘 바쁜 업무 때문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여행은 또 다른 자신을 찾아 떠나는 길이고 그 길은 자신이 만들며 가는 것이다. 그 길을 떠나 목적지에 닿아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길을 가는 도중, 여행하는 과정 또한 행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동했던 여행지를 떠올리며 마음이 넉넉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뜻깊은 마무리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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