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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소설의 아이콘 히라노 게이치로 국내 독자와 만남

"삶이 힘겨울 땐, 내안의 긍정적 나를 생각하세요"

자살 등 극단적 고민하는 이들에게

여러 모습의 '나'속에서 희망 찾는 '분인(分人)주의' 삶의 철학 권유


"내 모습 중 싫은 모습이 있어도 괜찮은 '분인(分人)'을 생각하며 나를 긍정하며 살면 어떨까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직장과 가정에서 어려운 일을 겪으며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1년 6개월여만에 방한한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 ·40·사진)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분인'을 생각하면서. '분인'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복수로서의 나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기본단위를 개인에서 분인으로 옮긴 것이다. 개인이 단 하나의 인격만을 가진 이를 지칭하는 의미의 단어라면, 분인이란 대인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인격의 모습들을 말한다.

'일식'이란 첫 작품으로 일본 순수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받고 현재 일본 현대소설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사회문제 중 자살이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히라노는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 카페에서 독자와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그가 10년간 몰두했던 주제인 분인에 대해 다룬 에세이 '나란 무엇인가'에 담긴 분인의 개념과 자살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밝혔다.

최근 출간된 '나란 무엇인가(21세기북스)'와 '던(문학동네)'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주제는 '분인주의'다. '던'은 2033년 여섯 명의 우주인을 태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던'이 화성탐사에 성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던'에서 나타난 분인의 개념을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 출간한 책이 '나란 무엇인가'다.

히라노는 "분인주의는 가운데 진정한 내가 있고 그 주위에 여러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며, 특별히 중심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닌 네트워크처럼 동시에 뻗어 나가는 '나'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여러 모습 속에서 나타나는 나의 모습 모습 하나하나가 다 분인이고 진정한 나라는 것이다.



히라노는 자살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러면서 '분인' 개념을 떠올렸다. 그래서일까 그는 어려운 일로 고민하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분인주의를 적용해 살라고 강조한다. 여러 가지 분인 중 싫어하는 분인, 좋아하는 분인이 있는데 힘든 상황에 이르렀을 때 부정적인 분인보다는 긍정적인 분인을 떠올리며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권유한다.

일본에서 자살을 막기 위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왕따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원을 그리라고 시킨 후 그 중 정말 싫어하는 분인이 전체 원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그리게 한다. 부정적 분인이 전체 분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일본내에서 자살한 사람은 2만5,374명이나 됐다. 인구 10만명당 20명이다. 다만 이는 역대 최대인 2003년 3만4,000여명에 비해서는 최근 많이 줄었다. 2014년은 전년대비 7%(1,909명)가 감소했다. 한국은 2013년 기준 자살 사망자는 1만4,427명으로, 인구 10만명당 28.5명이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말한다. "부정적 분인이 일부에 불과한 데, 전체 분인을 부정하면서 자살하지 말고 분인 개념을 구체화한 후 문제를 안고 있는 분인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고, 그 비율을 줄여나가는 데 집중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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