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처럼 고등법원 접근이 어려운 지방법원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를 설치해 지방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하는 것에 대해 해당 법원장들이 행정업무와 겹쳐 업무부담이 너무 크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달 초 제주ㆍ춘천ㆍ창원ㆍ청주ㆍ전주 등 5곳의 지방법원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를 추가 설치하고 해당 재판을 각 지법원장이 맡도록 하는 법원조직법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들 5곳의 법원장들 해당지역 2심인 항고ㆍ항소심과 파기환송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게 된다. 지방법원에 고법 원외재판부 설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주 지방법원이 이미 광주고법 원외재판부 역할을 하고 있고, 제주 지법원장이 2심 사건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법원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를 확대 시행한 것은 사법 접근성 강화와 재판의 질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창원, 춘천, 수원 등 고등법원이 없는 지역은 서울이나 부산지역 내 고등법원에서 2심재판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왔다. 심지어 강원지역은 서울까지 가야 하는 데 따른 어려움으로 항소를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강원도와 전북, 경남도민 등이 서울이나 광주, 부산에까지 가서 2심재판을 받아야 하는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확대 시행된 지 한달도 안돼 해당 지법의 법원장이 직접 맡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법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법원장은 일반적으로 실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과 행정업무 등을 관리하는 보직임에도 일선 재판업무까지 담당하게 돼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법원장이라는 보직의 특성상 각 지역의 현안사업에 두루 참여하는 등 재판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2심의 수요가 있다면 고등법원 부장판사 수를 늘려 배치하거나, 장기적으로 해당지역에 고등법원을 설치하면 될 일"이라며 "법관을 두루 통솔하고 행정업무를 겸하고 있는 법원장에게 일선 재판업무까지 맡기는 것은 재검토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판사도 "수사수요가 증가하면, 수사인력을 보강해야지 일선지검장이 직접 수사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법원장이 재판업무까지 하면 업무가 과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2심사건 수요와 해당지역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되도록 적은 수와 간단한 사건 위주로 사건이 배당될 것"이라며 "업무가 과중한 정도는 아닐 것"이라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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