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모의 청문회를 거쳐 지명된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오는 29일과 30일 이틀간 국회에서 진짜 청문회 무대에 오른다. 여야는 17일 김 후보자의 도덕성 및 자질 검증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하고 29ㆍ30일 이틀간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다음달 1일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를 처리한 뒤 같은 날 오후 본회의를 개최해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처리를 하기로 합의했다. 김 후보자가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인준을 받을 경우 곧바로 대통령의 공식 임명절차를 받게 돼 지난달 11일 정운찬 전 총리의 사퇴 이후 두 달가량 지속된 총리 공백사태가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서는 김기현(간사)ㆍ김재경ㆍ고승덕ㆍ박영아ㆍ이정현ㆍ이두아ㆍ허원제 의원, 민주당에서는 문희상 위원장 외에 김유정(간사)ㆍ정범구ㆍ최영희 의원, 비교섭단체에서는 자유선진당 임영호,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등이 특위 위원으로 참여한다. 한나라당은 '도덕성은 검증됐다'며 김 후보자의 통과에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반면 야당은 병역기피 및 탈세의혹, 총리로서 소신 여부 등을 거론하며 칼을 갈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 후보자가 앞서 대법관ㆍ감사원장으로 지명돼 두 차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만큼 이번 청문회 역시 가뿐히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민심 탐방을 위해 지역구에 머물고 있는 김무성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가 무난히 통과하리라 본다"면서 "청와대의 후보 검증 항목 200개의 내용을 통과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병역 면제와 탈세 의혹, 감사원장으로서 중립적이지 못한 행동 등에 대해 "청문회장에서 설명을 들어봐야겠지만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답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번 청문회가 상당히 조속한 시일 내에 좋은 결과를 맺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공직자의 직무수행능력을 보는 게 우선"이라면서 "과거의 의혹을 당시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현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영아 의원도 "지난번 청문회에서 도덕성에 너무 집중해 정책 검증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후보자의 병역면제는 여권에 부담이다. 법적 정당성을 떠나 당(한나라당)ㆍ정(정부)ㆍ청(청와대)ㆍ정(국가정보원)의 수장이 모두 병역미필자라는 사실은 국민 정서상 반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호남이라고 무조건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무조건 봐주기 없다" "검증을 무디게 하겠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예외는 있을 수 없다"며 하루 만에 공세로 전환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업무파악 능력이나 적응력이 훌륭하다'고 고 평가했지만 인선과정에 여권과 의견을 주고받은 데 비판이 일자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 회의는 김 후보자를 향한 공세장이었다.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이 정권은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탈세 등 4대 필수과목 중 몇 개를 이수해야 총리ㆍ장관이 된다는 것을 이번에도 여실히 나타낸다"고 일갈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던 은진수씨를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받아들인 것은 김 후보자가 비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김 후보자가 소신이 없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천안함 감사에 대한 조치가 매우 불확실하고 4대강 사업 감사는 국토해양부의 이의 제기를 이유로 발표를 근 4개월째 미루고 있다"며 "언제부터 감사원이 피감 기관의 눈치를 봤느냐"고 지적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대로 가면 대통령 등 병역면제자들이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안보 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인사청문회에 한 주 앞서 장기간의 추석연휴가 있는데다 청문회 직후 국정감사와 민주당의 10ㆍ3 전당대회가 예정돼 김빠진 청문회, 부실 청문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야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