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생산국과 소비국, 에너지 부국과 빈국 간의 기탄 없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정확하고 질 높은 정보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공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영훈(61·사진) 대성그룹 회장은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WEC)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동덕빌딩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WEC 90년 역사상 동아시아에서 두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대구 총회는 현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라며 "세계 에너지 업계에 한국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11월 모나코에서 열린 WEC 연차총회에서 차기 공동의장으로 선출된 김 회장은 이번 대구 총회의 마지막 날인 17일 공동의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이번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은 물론 세계 3대 에너지 회사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의 가스포럼, 독일 최대 전력회사인 지멘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생산 업체 아람코 등 굴지의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을 포함해 전세계 100여국에서 5,0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성그룹을 비롯해 한전·한국가스공사·GS에너지·SK이노베이션·포스코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이번 총회는 '미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Securing Tomorrow's Energy Today)'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전세계 에너지 업계의 중대한 변화와 주요 현안들을 다룸과 동시에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를 기점으로 김 회장은 3년간 WEC 공동의장으로 활동한 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단독의장으로 WEC를 이끌게 된다.
김 회장은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세계 에너지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개발국들이 점점 더 입지를 넓혀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세계 에너지 분야의 리더가 한자리에 모이는 총회를 지금 이 시기에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큰 영광이자 숙제"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중동국가에서 가스와 원유를 수출할 때 유독 한중일 3국에만 높은 가격을 매기는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 문제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가 이번 총회의 핵심적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대부분의 아시아 가스 수입국들은 유럽이 통상 12달러에 들여오는 가스를 16~17달러에 구매하며 이 때문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은 막대한 불이익을 보는 실정이다.
김 회장은 "총회 개최국으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을 용이하게 설득할 수 있는 이점을 얻은 만큼 이번 총회가 오일허브를 제대로 관철시킬 수 있는 '킥오프(kick-off)'가 됐으면 한다"며 "오일허브 문제가 적극적으로 부각되면 자연스럽게 아시아 프리미엄 문제에 대한 논의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7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압둘라 엘바드리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아시아 프리미엄'을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김 회장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확보, 불균형한 에너지 수급 문제,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 등 이른바 '에너지 트릴레마(Energy Trilemma) 등 상충되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을 타개할 대책도 주요 의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업계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셰일가스와 타이트오일 등 비전통자원 역시 이번 총회의 핵심 이슈로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 회장은 셰일가스 개발로 미국이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거듭나면서 세계 에너지의 패권이 중동에서 미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국제적으로 석유와 석탄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등 셰일가스가 세계 에너지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셰일가스ㆍ타이트오일 등은 채굴과정에서 사용되는 막대한 양의 지하수와 화학약품으로 환경오염이 우려될 뿐 아니라 미국이 아닌 다른 매장국가에서의 자원추출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채굴할 수 있는 셰일가스의 양은 1,500억톤 정도로 전세계가 60년밖에 사용할 수 없는 한정된 에너지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셰일가스나 타이트오일 등의 비전통자원에 얼마만큼 큰 기대를 가져도 될지, 혹은 미국이 세계 에너지 패권을 갖게 될지 여부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회장은 비석유자원과의 공존흐름 속에서도 석유의 생명력을 낙관했다. 그는 "중동정세의 불안정이 유가의 폭등을 예고하고 석유고갈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대량유통이 가능한 석유가 최소한 2100년까지는 중심 연료의 위치를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분야로 가스발전과 원자력에너지ㆍ바이오메스 등을 꼽았다. 특히 가스 얘기가 나오자 김 회장의 어조에는 한층 힘이 실렸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정부와 업계에 대한 당부를 쏟아냈다. 비전통자원의 전망을 얘기하며 줄곧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현재는 가스와 석유의 비중이 7대10 정도지만 앞으로는 아마 가스가 석유의 비중을 앞지르는 날이 올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가스발전 분야입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여름철만 되면 블랙아웃 공포에 벌벌 떨고 있는데 가스발전이 확대되면 아마 전력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유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다 원자력이나 석유·석탄발전소와 달리 도심 한복판에 가스발전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원자력에너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나름대로 주도권과 발언권을 가진 유일한 분야가 원자력에너지"라며 "이번 대구 총회를 유치할 때부터 원전 5대 강국이라고 홍보했는데 원전부품 비리가 터지는 바람에 모양이 너무 안 좋게 됐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등으로 염려가 크지만 에너지 안보를 위해 갖은 노력과 공을 들여 한국의 메이저 에너지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인도 등과 무리한 경쟁을 하기보다 바이오메스와 같은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차 에너지의 2.8%에 불과해 보다 적극적인 사업추진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도 "태양광이나 풍력 쪽은 중국과 인도가 워낙 빠르게 시장을 키워가 경쟁이 만만치 않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한국이 집중해야 할 분야는 바이오메스"라며 "쓰레기매립장에서 메탄가스를 뽑아 올리거나 생활쓰레기를 가공해 연료로 전환하는 등의 바이오메스 기술을 세계화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 미래의 에너지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했다.
김 회장은 국민의 에너지 절약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곧 생산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적절한 수요관리를 위한 정부의 혁신적인 정책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의무화제도' 등이 마련돼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며 "가정이나 회사에서 쓰는 전자기구 하나도 고효율 제품을 쓰도록 권고하고 건물을 지을 때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구체적 방안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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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30분 산책·50발 활 쏘기로 체력 관리 나윤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