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해 해외투자가 유럽 등 해외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투자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해외투자가 전년비 5.4% 감소한 651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부터 연속 성장세를 보여온 중국의 해외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유럽을 비롯한 미국 등 선진국 경기둔화 여파로 잠재적인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의 미래가치가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시기가 늦춰지거나 투자계획이 백지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CLSA증권의 중국ㆍ홍콩 지역 투자전략을 책임지는 프랜시스 청은 "그리스가 6월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유럽 경기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인수합병 협상을 진행하기는 힘들다"며 "좀 더 정확한 경기진단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인수거래를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해외투자가 정체되고 있는 것은 해외경기 불안으로 아시아권의 그린필드(공장) 투자 프로젝트가 지난해 12% 감소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는 현재 100대 글로벌 기업이 5조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경기 불안으로 투자를 주저하며 주주배당과 부채상환 등에 자금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경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일 경우 이들 글로벌 기업은 또다시 본격적인 해외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중국의 해외투자는 줄어들었지만 중국으로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8% 늘어난 1,240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상처음으로 금융 등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금액이 제조업 분야의 투자를 앞질렀다. 이는 HSBCㆍ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급성장하는 중국 본토의 금융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금융허브 역할을 하는 홍콩으로 지난해 들어온 외국인투자 금액도 전년비 17% 늘어난 830억달러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해 중국으로 들어온 외국인투자 증가율은 물론 세계 외국인투자 증가율(16.5%)보다 높다.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세계 전체 외국인 투자가 전년보다 16.5% 증가한 1조5,000억달러였으며 올해는 6.67% 증가한 1조6,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