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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신도 혹시 꼴불견 캠퍼?


"아이들이 차를 세워둔 곳에서 족구를 하는 바람에 공에 맞아 사이드미러가 박살났어요. 그 부모와 실랑이 끝에 배상은 받았지만 기분이 나쁘더군요."

"새벽 3시까지 남자 셋이서 거친 욕을 하면서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데 지옥이 따로 없죠. 나중에는 캠핑장 관리자가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멱살을 잡았어요."

이 내용은 경찰이 작성한 사건조서가 아니다.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떠난 캠핑장에서 만난 인간 군상에 대한 생생한 분노의 기록이다.

이른바 '진상캠퍼', 한 공간을 공유하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로 날려보낸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눈 뜨고는 차마 바라볼 수 없는 대상이라는 강한 의미를 담은 이 단어는 캠핑 마니아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동호회 카페는 물론 30~40대 주부들이 접속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캠핑장에서 골치 아픈 이웃을 만날 일이 많다는 뜻이다.



각종 TV프로그램을 통해 캠핑 붐이 일면 일수록 진상캠퍼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소수가 즐기던 문화였을 때는 절대적인 이용객 수가 적어 부딪힐 일도 적었고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온 국민이 캠핑에 열을 올리는 지금은 시장바닥과 캠핑장이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캠핑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기보다 모닥불 피워놓고 거나하게 취하는 야영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또 인공적인 휴식을 최대한 피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텐트 안에 거실을 그대로 옮겨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 캠핑 문화를 비교하며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진상캠퍼들은 건전한 캠핑문화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캠핑 경력이 오래된 이들은 물론 초보들도 캠핑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ㆍ캠핑 업계에서는 진상캠퍼의 등장 및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잔디밭을 밟지 말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씌어 있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만큼 우리 사회는 꾸준히 바뀌어간다. 진상캠퍼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존재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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