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의 백82. 검토실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였다.
"아, 그 수가 되나요?"(목진석9단)
지금까지 백대마의 활로가 전혀 없다고 단언하던 목진석이었다. 잠깐 수읽기를 하던 목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대국자가 수를 깊이 보는군요. 제법 까다로운 변화가 있습니다."
참고도1의 흑1 이하 백8이 검토실의 바둑판 위에 그려졌다. 이 코스는 흑도 장담할 수 없는 진행이다. 이세돌은 잠깐 생각하더니 직접 대거리를 하지 않고 흑83으로 하변을 눌러갔다. 살려 줄 테니 하변의 백 3점만 진상하라는 주문이었다.
"아까 2점일 때도 받아 주었는데 지금은 3점이니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김성룡)
"하지만 지금은 백대마가 워낙 커졌기 때문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사는 게 시급해요. 3점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목진석)
과연 이영구는 하변의 3점을 내주고 백84로 중원을 보강했다. 이세돌의 흑85는 노타임. 백84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참고도2의 백1로 받으면 흑2 이하 8로 흑의 포위망이 완벽하게 봉쇄되며 그것은 곧 오른쪽 백대마의 속절없는 절명을 뜻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 대마불사라는 말은 맞는 말이야. 용케도 대마를 살렸구먼."(서봉수9단)
"하지만 희생이 너무 컸어요. 하변의 손실은 안팎으로 20집에 해당해요. 흑이 유망한 바둑 같아요."(목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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