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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만연하는 그리스

NYT "年 300억弗 탈루… 포착땐 국가빚 해결에 유용"<br>정부 근절의지 불구… 성공 여부는 미지수

수영장 주인들이 세무당국에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등 그리스에서는 탈세가 만연하고 있다. 수도 아테네 북부외곽 상류층 주거지역의 한 개인소유 수영장에서 한 여성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아테네=블룸버그통신

그리스 아테네 북부외곽의 상류층 주거지역. 소득 신고서에 따르면 고급빌라들이 밀집한 이곳에는 주민 324명이 총 1만6,974개의 수영장을 갖고 있다. 그리스 세무당국이 위성사진까지 동원하며 직접 조사한 결과란 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고하지 않고 수영장 시설을 갖춰놓은 셈이다. '파켈라키'(그리스어로 작은 봉투)란 말은 그리스의 일상화된 탈세 및 뇌물관행을 공공연하게드러낸다. 그리스에는 "내야 할 세금의 3분의 1은 정부에 내고, 3분의 1은 세관 공무원에 뇌물로 주며, 나머지 3분의 1은 자기가 챙긴다"는 말이 있다. 1일 뉴욕타임스(NYT)는 국가 부도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심각한 탈세문제를 언급하면서 "연간 최대 300억달러(약 33조원)로 추정되는 세금탈루를 포착할 수 있다면 부채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오스트리아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는 "그리스의 지하경제 규모는 지난해 GDP의 25%에서 올해 25.2%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7.8%)에 비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에 대해 그리스가 경제 성장기인 지난 10년간 세수기반을 사실상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의 2000~2007년 명목 GDP 성장률은 연평균 8.25%였지만 세금이 늘어난 비율은 7%에 그쳤다. 정부의 세수기반 상실은 터키에 의한 오랜 식민지배의 결과 정부를 적으로 인식, 탈세를 정당화하는 등 민주시민 의식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게 한 이유라고 NYT는 분석했다. 그리스에서는 공무원에게 청탁 사례별로 뇌물 액수가 정해져 있어 300유로(약 44만원)면 자동차 배기가스 검사필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 변호사 및 의사 등 부유층의 탈세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리스 세무당국이 최근 아테네 중심거리에 병원을 소유한 150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연소득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4만달러(약 4,400만원) 미만이라고 했고 심지어 34명은 세금납부 기준액인 1만3,300달러(약 1,5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그리스 인구 1,100만명 가운데 고소득층의 기준인 연간 13만2,000달러(약 14억원)의 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불과 수천명에 불과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미 뿌리깊은 뇌물 및 탈세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리스 재무장관의 최고 비서관인 일리아스 플라스코비티스는 "정부는 지난해 보다 최고 16억달러의 세금을 더 걷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이를 위해 세수기반 강화를 골자로 한 새 법률을 공표했다. 복잡한 세법을 간소화하고 노동자 등 일부 계층에 주었던 세제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특히 다양한 인센티브 부여로 영수증의 발급과 보관을 장려해 지하경제 규모 축소를 꾀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성공할 지는 의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리스 내부에서 반발이 극심한 데다 EU 측도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코비티스 최고 비서관은 "EU 관리들은 '그래, 그리스 정부의 그런 발표는 예전에도 들어본 적 있지만 성공한 적은 없잖아'라고 비꼰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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