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 대통령은 스스로 '경제활성화복(服)'이라고 지칭한 빨간색 정장 상의를 입고 오전10시 정각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섰다. 그는 엷은 미소를 띠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5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국민 여러분 가정 모두에 행복과 평안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는 새해 덕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문건 파동을 언급하며 얼굴에서 웃음을 거뒀다.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대국민사과를 하고 공직기강 확립을 약속하면서는 표정이 상기되고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은 해인 만큼 '통일' '광복' '북한' '남북' '협력'도 자주 언급, 남북관계 개선에도 노력할 것임을 천명했다.
신년 구상 모두발언은 원고지 66.3장 분량으로 25분간 차분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원고지 43장 분량의 원고를 17분간 연설했던 것보다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정윤회씨가 실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실세냐 아니냐고 답할 가치도 없다"며 갑작스럽게 목소리 톤을 높이기도 했다. 또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며 다소 거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장관들에게 실질적 인사권을 주고 대면보고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웃으면서 주위의 각료들을 돌아보며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장관들은 특별한 대답 없이 웃음으로 답했다. 박 대통령은 "대면보고 하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만나서 해요"라며 기자들을 향해 "청와대 출입하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정홍원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 내외신기자 120여명이 참석했으며 윤두현 홍보수석이 사회를 봤다. 모두발언이 길어진데다 질문한 기자가 지난해 13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나면서 총 회견시간도 지난해보다 10분 늘어난 90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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