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측이 안대희·문창극 전 후보자의 연쇄 낙마에 대해 청와대 인사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총리 후보를 추천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총리 인사에 비선라인이 개입하고 있음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보호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지만 실제 인사위원회 차원에서 총리 추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지난 10일 문 후보자가 지명될 때 김 실장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숨은 측근인 J씨가 개입돼 있다는 이야기가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 이전 원로 지원그룹이었던 '7인회' 멤버인 김용갑 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일부 언론에 "우리는 인사에 대해서 누구도 (같은 7인회 멤버인 김 실장에게) 추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문 후보자 추천은 문 후보자와 지난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같이 활동한 인연이 있는 김 실장과 비선라인의 합작품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본지 6월11일자 3면, 12일자 9면, 24일자 8면 참조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추천범위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는 공공기관 추천 역할이 제일 크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인선의 경우 담당 청와대 수석조차 누가 후보군으로 올라가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부처의 장관은 물론 담당 청와대 수석조차 때로 공공기관장이나 감사가 누가 추천됐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총리나 주요 장관급의 경우 박 대통령의 수첩이나 김 실장 등 핵심참모, 비선라인에서 추천된 몇몇 인사를 대상으로 민정수석실에서 은밀히 검증을 한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과거 '차떼기' 대선자금 전달 스캔들에 휘말린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경우에도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개입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위에서 낙점하다 보니 검증이 소홀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선라인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나온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5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서 "비선라인이 인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국민과 정치권 등에서 갖고 있지 않느냐"며 "'만만회'라는 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만만회'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 박 대통령의 숨은 측근인 정윤회씨의 끝 글자를 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98년 박 대통령 정치입문부터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까지 보좌관(2002년 한국미래연합 창당시 박근혜 총재 비서실장)을 했던 정씨의 경우 지난해 말 박지만씨 미행을 사주했다는 설이 정치권 일부에서 불거진 적이 있어 세 사람을 함께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씨는 박 대통령과 막역했던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1998년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한 이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소위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며 인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소위 문고리 권력의 인사위원회 참여 여부에 관한 질문이 야당으로부터 나오자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고광본·서정명 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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