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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FTA 앞서 특허제도 정비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 도중 미국은 의약품 분과의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한국 정부가 올해 5월에 발표한 선별등재 방식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미국이 협상장 퇴장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한국 정부의 ‘4대 선결과제’가 빌미가 된 탓도 크지만 한국으로부터 다른 부분에서 더 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심산이었다. 미국이 노리는 양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적재산권의 강화이다. 특허권과 자료독점권으로 대표되는 지적재산권은 시장 독점을 보장하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면 미국 제약사들이 높은 약값을 유지할 수 있고 한국 시장에서 더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의약품 지적재산권과 관련, 특히 문제가 되는 미국 측의 요구는 2가지다. 하나는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해 식약청에 제출하는 임상시험 자료에 대한 독점권의 범위를 유사 의약품까지 확대하라는 것. 이는 신약의 일부 구조를 변경한 이른바 개량 신약을 주로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를 겨냥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식약청이 의약품의 품목 허가를 할 때 어느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이 있는 경우 제3자에게 동일 또는 유사 의약품의 품목 허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허권을 침해한 의약품을 식약청이 품목허가 하는 것은 특허권 침해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그러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의약품이 특허권을 침해했는지는 법원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 더구나 식약청은 의약품이 안전한지, 효능이 있는지를 심사하는 곳이므로 특허권 침해 여부를 가릴 능력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결국 식약청은 특허권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다. 한국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등록된 특허권 중 잘못 등록된 게 무려 절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처럼 등록 특허의 부실화는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구나 미국 법원의 의약품 특허 침해 소송에서 특허권자가 패소하는 비율이 73%나 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특허제도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신약의 가치가 특허권과 같은 지적재산권을 통해 보상받도록 하는 제도의 기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의약품 특허는 완벽한 시장 독점권을 보장하는데 절반이 넘는 부실 특허권으로 인한 부담이 곧바로 약제비 증가로 이어지는 현행 구조를 손대지 않은 채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화만 얘기하는 FTA 협상은 위험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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