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휩쓴 명차들 한국서 대굴욕… 왜?
수입차업계 안팔리는 모델 처리 골머리BMW 액티브 하이브리드7 슬그머니 판매 중단폭스바겐 페이톤은 1,000만원 할인에도 맥 못춰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수입차업체가 호황을 누리면서도 판매가 부진한 '계륵' 모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재고물량이라도 털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을 실시하지만 찾는 이가 없어 슬그머니 판매를 중단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 5월 이후 7시리즈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액티브 하이브리드7의 판매를 별다른 예고 없이 중단했다. 뉴 7시리즈의 출시로 단종될 예정이기는 했지만 올해 단 1대도 팔리지 않는 굴욕을 겪자 다른 7시리즈 모델보다 빨리 철수에 나섰다.
부동의 수입차 1위를 질주하고 있는 BMW코리아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성적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X6 하이브리드와 액티브 하이브리드5도 올 10월까지 고작 2대와 4대만 팔렸을 뿐이다. 연비 효율이 좋은 디젤의 강점이 크다 보니 굳이 고객들이 하이브리드차를 찾지 않고 있다.
그룹 내 소형 프리미엄차 MINI도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트렁크 문을 양쪽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클럽맨 모델이 유독 인기가 없다. 작고 귀여운 차량에 짐차 이미지가 부조화를 이룬다는 지적을 받으며 외면을 받고 있다.
올 10월까지 무려 44.9%의 판매 증가를 기록 중인 아우디코리아도 숫자 3만 보면 속이 탄다. 소형 수입차시장을 노리고 들여온 A3가 10월까지 겨우 70대 팔렸고 Q3 역시 268대로 부진한 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워 동급 모델들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을 받는 가격이 문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B클래스도 엔트리 모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신형이 출시됐지만 브랜드 내에서 고성능 모델을 제외하고는 가장 적게 팔리는 모델이다. 회사 측은 실제 판매량보다 공급이 지연돼 수치상으로 더 적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코리아도 투아렉과 페이톤의 판매 부진이 편하지만은 않다. 골프ㆍ티구안ㆍ제타 등 3,000만~4,000만원대 모델로 수입차 대중화에 앞장섰지만 럭셔리 모델인 투아렉과 페이톤의 경우 동급 프리미엄 차량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있지만 선호도가 떨어진다. 페이톤은 판매가격에서 1,000만원 넘게 할인해줘도 주인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베스트 셀링카로 손꼽히는 모델들도 각 브랜드의 계륵으로 전락했다. 도요타의 코롤라, 혼다의 시빅, 포드의 포커스가 대표적이다. 코롤라는 지난 45년간 3,700만대가 넘게 팔린 도요타의 대표 차량이지만 지난해 3월 출시한 후 지금까지 304대만이 판매됐다. 올해 판매량은 20대에 불과해 매장에서도 사실상 판매를 접은 상태다.
역시 전세계에 2,000만대 넘게 팔린 시빅도 국내에서는 맥을 못 춘다. 할인을 500만원도 넘게 해주지만 국산 준중형에도 못 미치는 인테리어 등이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포드 포커스도 홈쇼핑 판매 등을 통해 연명하며 연말께 선보일 디젤 모델로 회복을 노리지만 반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입차업체의 관계자는 "수입차가 잘 팔리고 있지만 가격이나 상품성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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