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이 필요한 두 남자. 하지만 처지는 사뭇 다르다.
31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을 앞둔 타이거 우즈(39·미국)와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 이야기다.
먼저 2주 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에서 자신의 세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매킬로이는 세계랭킹 1위 복귀를 목표로 유쾌한 도전에 나선다. 2위 매킬로이와 1위 애덤 스콧(호주)의 랭킹 포인트 총점 차이는 55점.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고 스콧이 5위 밖에 머물면 왕좌에 오르게 된다. 그는 지난 2012년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부진으로 미끄럼을 탔다. 2009년부터 출전한 이 대회에서는 2012년 공동 5위가 최고 성적이지만 상승세를 감안하면 강력한 우승 후보임이 틀림없다.
반면 우즈는 '대기록'에 도전하는 무대에서 '생존'이라는 우선 과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지난해 7타 차 우승을 포함해 8차례나 우승한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CC 남코스(파70·7,400야드)는 우즈의 텃밭이나 마찬가지다. 단일 대회 8승은 샘 스니드(미국)와 우즈가 함께 보유한 기록이다. 스니드는 1938년부터 1965년 사이 그레이터 그린스버러 오픈에서 8승을 올렸고 우즈는 브리지스톤 대회와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8승씩을 기록했다. 우즈가 이곳에서 승수를 보태면 9승으로 새 기록을 쓰는 동시에 PGA 투어 통산 80승으로 스니드의 최다승(82승)에 2승 차로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우즈는 당장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진출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3월 허리 수술을 받고 3개월여간의 공백기를 가진 탓에 2013-2014시즌 우즈는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215위에 처져 있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는 포인트 랭킹을 125위 이내로 끌어올려야 한다. 플레이오프 전까지 남은 대회는 이번 대회와 다음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등 2개뿐이다. 한 차례 우승을 하거나 두 대회에서 최소한 평균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별도의 보너스만 1,000만달러가 걸린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가 있다. 라이더컵 대표 선발 포인트 70위에 머물러 미국·유럽 대항전에 발탁되지 못할 위기에도 놓여 있다. 자동 출전권이 주어지는 포인트 랭킹 상위 9명에 들지 못하면 단장 추천(3명)을 기다려야 하지만 최근의 경기력으로는 추천을 확신할 수 없다.
'안방'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브리티시 오픈에서 69위의 성적표를 받아든 그는 예전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스콧과 매킬로이를 비롯해 세계 3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등 강호들이 출전신청을 해 경쟁자들의 면면은 메이저대회 못지않게 강하고 화려하다. 스텐손 역시 이번에 우승하고 스콧이 40위 안에 들지 못할 경우 세계 1위에 오를 기회가 있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2011년 이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스콧을 우승 후보 1순위에 올려놓았다. 2위에는 매킬로이가 올랐고 지난주 캐나다 오픈에서 준우승한 짐 퓨릭(미국)이 3위, 브리티시 오픈에서 준우승한 리키 파울러(미국)가 4위에 자리했다. 최근의 성적을 반영한 듯 우즈는 17위로 밀려났다.
한국 선수로는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 유일하게 출전한다. 브리지스톤 대회 출전권을 얻지 못한 양용은·배상문·이동환 등은 같은 기간 미국 네바다주 리노의 몽트뢰CC(파72·7,472야드)에서 열리는 미국 PGA 투어 배러큐다 챔피언십(옛 리노 타호 오픈)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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