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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불신에… '제주지검장 체포' 논란 증폭

김수창 지검장 "조직에 누 될까 신분 감춰"

경찰 "개인 실수를 조직논리로 무마한 것"

"유병언 수사 갈등이어 또 충돌하나" 예의주시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제주지검장이 "조직에 누가 될까봐 신분을 알리지 않았다"며 해명하고 나섰지만, 체포 과정에서 김 지검장의 처신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찰 내부에선 "개인적 실수를 조직논리로 무마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와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 수사를 놓고 갈등을 빚어 온 검경이 또다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김 지검장은 17일 오전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경찰 체포 당시 동생 이름을 댄 것과 관련해 "검찰조직에 누가 될 것을 염려해 인적사항과 신분을 감춘 것이 상상조차 못할 오해를 불러 일으켜 저와 저의 가족은 죽음과도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을 못 믿어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찰을 못 믿는 건 아니라면서도 "문제가 있어서 입건 조사하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경찰에 대한 불신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김 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 1시께 제주시 중앙로 인근 한 음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붙잡혀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풀려났다.

그러나 경찰은 오히려 체포 과정에서 김 지검장의 처신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체포 과정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가 있으며, 조직의 피해를 우려해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개인적 실수를 조직논리로 무마하려는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 관련 사건이 많아 전담부서까지 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인상착의가 비슷하다고 해서 잡았으면 신분을 밝히는 것이 맞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본인의 신분을 밝혔으면 지금처럼 사건이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검장을 타깃으로 하고 수사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지검장의 태도는 개인적 실수를 조직논리로 무마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포 과정에서 보여준 김 지검장의 처신 논란과 관련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검찰이 경찰을 불신하고 있어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김수창 지검장이 신분을 밝혔다고 해도 경찰이 어떻게 나올 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을 불신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과정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입장차가 크면서 유 전 회장 수사 과정에서 정보공유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검경이 이번 수사를 놓고 또 다시 충돌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경찰은 음란행위로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 찍힌 폐쇄회로 TV 영상을 확보, 영상 속에 나온 남성이 김 지검장이 맞는지를 정밀분석하고 있다. 김 지검장은 "확인되지도 않는 터무니 없는 의심으로 한 공직자의 인격이 말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평생 한이 될 저의 억을함을 풀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철저하고도 명백하게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검사장 신분이 조사에 방해가 된다면 물러나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검사장으로서의 제 신분이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면 검사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자청하고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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