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늘리고 질을 높이려면 노사정이 대화하고 함께 풀어가야 합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빨리 복귀하기를 바랍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취임 사흘째인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를 찾았다. 두달 전 한국노총 집행부가 충북 세종시의 고용부 청사를 찾았고 앞서 전임 방하남 장관도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한국노총을 방문하는 등 노동정책 주무부처 수장과 노총 대표의 만남은 예삿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본부에 공권력이 투입된 뒤 양대 노총이 정부와의 대화 중단을 선언하면서 노사정위원회가 반년 넘게 개점휴업상태로 방치된 점을 고려할 때 이날 양측의 만남이 노정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정 대화가 중단된 뒤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공공 부문 정상화,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노사정이 함께 풀어가야 할 노동 현안들이 장기간 제자리걸음을 해오면서 노동계나 경영계·정부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이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노동계와 전혀 소통하지 않고 있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도 여러 차례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로 협력해 미래 세대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사정위와 근로기준국장 등을 거치며 노사관계 전문가로 알려진 이 장관이 새로 취임한 것도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날 김 위원장은 "오랜 기간 노사 문제를 다뤄온 이 장관이 돌아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며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시간제 일자리의 질 개선 △파업 중인 산하 기업 '디어포스' 문제 해결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주야 맞교대 폐지 등을 요구했고 이 장관은 노사정위에서 현안을 풀 것을 제안했다.
이 장관은 이달 안에 민주노총과 경영단체 등도 방문해 노사정 대화 복원에 주력할 방침이다.
노동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장관이 고용부의 수장으로 오면서 일단은 얽혀 있던 노동 현안의 실타래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두고 노사 간 견해차가 큰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해 민주노총과 정부의 견해가 엇갈려 노정관계가 복원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 현안을 해결하려는 진정성을 먼저 보여야 노정관계가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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