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토빈세 도입을 대선공약으로 적극 검토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양적완화 조치로 단기성 투기자금(핫머니) 유출입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우리의 자본시장 방어장치는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지나친 규제라며 토빈세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글로벌 경제주체들도 제도 도입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국제 금융환경 변화도 감안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토빈세 도입에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토빈세가 금융ㆍ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방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공약을 총괄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실무작업을 맡고 있는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토빈세 도입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 초 1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방안을 놓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보이며 미묘한 입장차이를 나타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해외자본 규제장치가 밀물과 썰물처럼 유출입되는 해외 단기자금을 통제하기에는 미흡한 만큼 추가 안정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단기외채에 물리는 거시건전성부담금, 선물환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환원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가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핫머니의 유출입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 시장을 현금입출금기(ATM)로 여기는 국제 투기자본에 대해 시장을 지켜내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2009년의 경우 우리 경제는 다른 국가에 비해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에도 불구하고 유럽 등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위기상황에 직면했었다. 우리 경제의 '내생변수'보다는 해외 경제의 불안정에 따른 '외생변수'에 시장이 크게 출렁거렸고 그 주범이 바로 투기성 해외자본이었다.
김 단장은 이에 대해 "보유외환이 3,000억달러를 넘어서고 다른 국가들과 위기에 대비한 통화스와프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이 토빈세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을 살펴가면서 우리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양적완화 조치로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결국은 원화가치의 추가 상승을 예상한 해외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환율주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토빈세 도입 논의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2단계 토빈세'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경기가 안정될 때는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위기시에는 높은 세율을 매겨 금융시장 불안정을 틈탄 해외자본의 공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도 토빈세 도입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달 초 유럽연합(EU) 10개 회원국이 추진 중인 토빈세 도입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토빈세가 글로벌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도입에 난색을 보였던 유럽 주요국들이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비틀거리고 있는 유럽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도 토빈세 도입으로 입장을 바꿨다.
기획재정부가 토빈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문 후보, 안 후보에 이어 새누리당도 토빈세 도입에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누가 집권하든 토빈세 도입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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