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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찾아가던 그리스… 치프라스 사임으로 새국면

3차 구제금융 긴축안 수용 등 시리자 반발하자 전격 사퇴

9월 20일 조기총선 예정 속 시리자 강경파 신당 창당 선언<br>정국 다시 불확실성 빠질듯


국제 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해 안정을 되찾아가던 그리스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에 따른 조기 총선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올 초 총리에 부임한 치프라스는 처음에는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며 채권단과 강경하게 맞섰지만 3차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채권단의 긴축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등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꿔 집권좌파연합(시리자) 내부에서 반발을 샀다. 이에 치프라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시리자 분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내가 했던 것에 대해 그리스 국민들의 심판을 받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나와 시리자 정부는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의 사퇴 발표에 대해 FT는 이미 시리자 정부 일각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3차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 짓는 대로 신임 투표나 조기 총선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을 끝내기는 했지만 그동안 그리스 정치권은 의견 분열로 내홍을 겪어왔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달 13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에서 채권단의 긴축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에 합의하자 시리자 강경파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또 이달 13일 실시한 구제금융 합의안에 대한 의회 표결에서도 시리자 의원 149명 중 43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치프라스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와중에 제1야당인 신민주당(ND)도 구제금융 합의안에는 찬성하지만 시리자 정부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혀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치프라스 총리와 시리자 정부가 물러남에 따라 그리스는 오는 24일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다음달 20일 조기 총선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현지언론은 이날 치프라스 총리가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에게 3차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조치가 발효되기 전인 9월20일에 조기 총선을 치르자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치프라스 총리의 사임을 정치적 승부수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FT는 치프라스가 잠깐 물러났다가 총선을 통해 시리자 내 반대파들을 제거하고 다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61%는 여전히 치프라스를 지지하고 있으며 시리자도 34%의 지지율로 야당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파나요티스 라파자니스 전 에너지부 장관 등 시리자 강경파들이 탈당해 따로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치프라스가 앞으로도 현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힘들이지 않고 당내 반대파를 내쫓고 정권을 재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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