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유동성 장세를 이끄는가. 투자자와 정부, 미국 금융회사들이 마치 삼두마차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국내외의 유동성 장세를 즐기고 있다. 해외부터 살펴보자. 미국 은행들의 부실이 크다는 발표로 뉴욕 주가가 급락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재무부 장관의 ‘금융 구제자금이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발언은 시장 분위기를 돌변시켰다. 상반되는 뉴스 중에 진실은 무엇일까.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실적 호전을 내세우며 정부에 지원 받은 공적자금을 상환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그 이면에는 부실산정 기준과 기준 회계연도 변경이라는 꼼수가 깔려 있다. 거대한 보증채무도 여전하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추경예산 편성과 각종 규제완화가 증시뿐 아니라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투자자들도 애써서 악재에는 둔감하고 호재에 민감한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와 정부의 암묵적 동의하에서 불안한 상승기조가 이어지는 셈이다. 삼두마차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반성보다는 과거로의 회귀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거품의 주범·종범 그리고 교사범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유동성 장세의 끝이다. 주가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 호전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반짝 상승으로 그치고 경제위기 극복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유동성 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지더라도 ‘그들만의 온탕’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고용 악화와 소득 감소라는 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양극화 현상이 깊어지고 경기는 더욱 더 낭떠러지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에서 매달 빈곤층이 1,000명씩 증가한다는 발표는 경기 회복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고통 감수에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지도가 떨어지더라도 부실을 털어내고 구조조정을 감내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원조 격인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조차도 첫 임기의 초반 3년은 ‘버블 해소’라는 고통 기간을 보냈었다. 단기 부양이 주는 달콤한 유혹은 창 끝에 발라 놓은 꿀에 다름 아니다. 처음에는 단 맛에 취해 혀가 상하는 줄도 모르고 꿀을 핥지만 끝내 피흘려 죽음을 맞이하는 파국에서 피하려면 과잉유동성을 직시해야 할 때다. 후세는 과잉유동성을 이끈 삼두마차를 거품의 주범과 종범ㆍ교사범으로 규정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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