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고] 한국경제 위기론의 해법
입력2004-09-02 16:51:29
수정
2004.09.02 16:51:29
정한영<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미 캘리포니아대 교환교수)
[기고] 한국경제 위기론의 해법
정한영 (미 캘리포니아대 교환교수)
정한영
또다시 한국경제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번 겪은 외환위기로 경기가 침체 기미를 보이기만 하면 좌불안석이다. 지난 2000년 후반기를 상기해보자. 그 때는 미ㆍ일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출ㆍ소비ㆍ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둔화 그리고 주식ㆍ채권ㆍ외환 등 3대 시장의 동시적 불안으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난해에도 북핵 문제, 가계부채 등으로 경제 위기론이 거론됐다.
경제 위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학문적ㆍ실증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지 소비가 줄고 투자가 위축된다고, 또는 기름값이 급등했다고 해서 경제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경제 위기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외환ㆍ금융ㆍ실물부문의 문제점들을 짚어봐야 한다. 외환부문은 올 3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1,600억달러, 단기외채 비중은 3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 금융부문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중개기능이 상당히 안정됐다. 단 경영관행이나 금융기법 등 금융 소프트웨어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낙후돼 있어 전체적인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요인들이 당장 경제 위기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현재 경제 위기론의 근거는 수출이 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침체되는 데 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와 함께 소비도 신용불량자 양산 등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투자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소비 위축은 내수위주 기업들의 수지를 악화하고 이는 소득 감소, 실업자 증가, 신용불량자 증가, 다시 소비 감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그러나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였던 멕시코ㆍ아르헨티나는 경제 위기가 재발했던 반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온 일본은 내수 부족으로 장기침체는 겪고 있지만 경제가 위기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 향후 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내수산업의 채산성이 악화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일본처럼 내수 부족으로 인한 장기침체에 빠질지도 모른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내수부문과 수출입부문이 균형을 잡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내수위축에도 불구,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올 1ㆍ4분기에 5.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현 상황에서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는 안정적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 통화관리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원화의 절상압력이 가중돼 수출증가율을 둔화시킬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는 국내저축에서 투자를 감한 값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는 투자 위축과 관계가 깊다.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 투자와 직결되는 자본재 수입은 소폭 늘어나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졌다. 투자를 늘려 해외부문에서의 성장기여도를 낮추는 대신 내수부문의 성장기여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가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투자가 다시 늘어난다는 투자의 가속도원리를 통해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물론 투자가 너무 지나치게 되면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돼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가 장기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부양책보다 국내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공업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과 비교해 상당 부문 가격경쟁력을 잃었고 정매戮?및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 중화학공업도 개도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어느 산업을 선택하느냐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투자가 대폭 위축되면서 정부는 다급한 마음에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정부가 특정산업을 육성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기에는 우리 경제 규모가 너무 커졌을 뿐만 아니라 경제 개방화로 인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매우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할 때 ‘동물적 감각’으로 투자를 확대하게 마련이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해소해 주는 것으로 족하다.
입력시간 : 2004-09-02 16:51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