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년 전인 지난해 8월5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단계인 'AAA'에서 'AA+'로 사상 최초로 한 계단 끌어내렸다. 미국 정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통상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국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하는 금리가 뛰어(국채 값 하락) 재정운용에 부담을 갖게 된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남유럽 위기국들이 신평사들에서 내놓는 성적표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미국 국채금리는 껑충 뛰어오르기는커녕 역사상 최저수준으로 낮아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등급 강등 당시 2.55%였던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 3일 현재 1.56%로 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신용등급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이 더 늘어났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년 동안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6일 분석했다.
미 국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종의 '풍선효과'다. 때마침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되면서 일제히 유럽을 빠져나와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미국의 우산 밑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특성상 미 국채를 사놓으면 유통시장에서 환금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프루덴셜파이낸셜 채권투자사업팀의 로버트 팁 최고투자전략가는 "미국 재정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어쨌든 국채에 투자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재정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3대 신평사인 S&P와 피치ㆍ무디스는 모두 미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이는 오는 2014년까지 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33%가량 된다는 의미다. 미국이 일명 '재정절벽(정부 지출이 갑작스레 줄거나 중단돼 생기는 경제충격)'으로 굴러떨어져 3대 신평사가 모두 등급을 강등하면 국채 값도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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