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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동산으로 눈 돌리는 이유

김현수 기자 <산업부>

“공장 돌리느니 땅 투자가 백 배 낫습니다.” 대구에 위치한 화섬업체 S사 사장의 말이다. 고유가에 중국산 저가제품이 밀려들며 공장 4개 라인 중 3개는 이미 멈춘 지 오래다. 하지만 S사는 올 1ㆍ4분기 순이익 흑자를 냈다. 영업이익은 12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부동산을 처분해 흑자로 올라섰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K사. 공장 증설을 위해 남겨놓은 부지의 땅값이 평당 300만원으로 급등해 아예 공장 증설을 포기하고 적당한 주인을 찾고 있다. 전국토의 땅값이 들썩이며 공장 라인이 멈추고 있다. 힘들게 자금을 들여오고, 바이어와 상담하고, 노조와 싸우느니 차라리 투기바람에 동참하는 게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기는 공장을 돌려 제품을 만들면 재고가 쌓이고, 쌓인 재고는 다시 제품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에서 견딜 재간이 없긴 하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표적인 중소기업 산업단지인 남동ㆍ반월ㆍ시화공단은 임대산업단지로 바뀐 지 오래다. 기존 입주 기업들이 경쟁력 약화와 제조업에 대한 의욕 상실로 공장을 쪼개서 임대해주고 임대 대금으로 근처 개발지역의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마침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 기업도시 등 각종 개발정책을 쏟아내며 전국을 부동산 투기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공장을 돌리는 것보다 땅을 보러 다니는 것이 훨씬 단위 시간당 효율성이 높아졌다. 이대로 간다면 대기업 공장 외에 지방 중소기업의 공장은 형식상 공장일 뿐 부동산 업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들을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욕할 수 있을까. 기자가 만난 시화공단의 한 중소기업 사장 K씨는 “공장을 돌리면 빚만 늘어나는데 바로 이웃에서는 아파트 한 채로 중소기업 일년치 이자를 모두 갚고도 남는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며 “기업이 신나게 일할 조건도 안되고 땅이 훨씬 수지타산이 맞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지금의 구조가 문제 아니냐”고 반문한다. K씨는 “기업이나 개인이나 모두 정상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제대로 된 처방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워낙 복합적인 병세여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치유 능력을 믿고 싶어하는 눈길이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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