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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래 최대 황금시장 잡자"… 이란 투자 뜨거운 물밑 경쟁

"제재 풀리면 잠재력 무궁무진"

이달말 핵협상 데드라인 앞두고 테헤란 벤처로 자금 속속 유입

"증시 급등할 것" 투자자 줄서고 석유메이저·관광업계도 러브콜


이란 핵협상의 데드라인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이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서구 자본의 물밑 움직임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은 서방의 이란 제재가 풀릴 경우 적어도 10년래 최대 규모의 황금시장이 새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움직임에 쿠바도 주목 받고 있지만 투자 기회, 성장 잠재력 등의 측면에서 이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관심 투자처도 석유는 물론 증시, 벤처, 관광 등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아직은 유럽·아시아 투자가나 중소형 자본의 진출이 눈에 띄지만 미국의 거대 자본들도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비해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테헤란 벤처로 밀려드는 자금= 이미 이란 벤처 기업에는 서방권 제재가 풀리기도 전인데도 투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WSJ은 "미국 자금과 달리 유럽은 금융 제재를 어기지 않으면서도 이란 벤처에 투자할 수 있다"며 "최근 미국 엔젤 투자가들의 이란 방문도 이전보다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란 인구 8,100만명 가운데 절반 가량은 인터넷을, 15% 정도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란 정부는 정보기술(IT) 산업 육성을 위해 스타트업 행사를 장려하고 있고 관련 규제도 최소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전자상거래, 온라인 비디오 등과 같은 벤처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그루폰의 이란 버전인 타크피판의 경우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성장성이 주목 받으면서 외국인 자금도 밀려들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소매업체인 이란의 디지칼라는 지난해 전체 기업가치를 1억5,000만 달러에 평가받는 조건으로 스위스의 한 투자펀드에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인터넷 유아용품 판매업체인 쿠다쿠의 패티 아미르 솔레이마니 설립자는 "최근 유럽 엔젤 투자가로부터 1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며 "해외에서 정말로 많은 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테헤란의 벤처캐피털인 사라바 파라스의 세이드 라흐마니 창업자도 "유럽·아시아 투자가들로부터 1억 달러를 유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벤처캐피털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인 '500 스타트업'의 에이브 매클루어 파트너는 "이란은 인터넷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제재가 완화된다면 여러 이란 벤처 기업에 10만달러씩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란 증시는 황금알 거위= 일부 유럽 투자가들은 이란 증시에 투자할 방법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테헤란 증시의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로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불과해 주요 신흥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정치·외교적 투자 리스크가 크지만 제제만 해제되면 경제 회복과 맞물려 지금도 저평가된 주가가 급등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리스크 어드바이저리그룹의 빌 웨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안정된 은행 시스템, 교통·항공 등의 인프라, 에너지 산업, 풍부한 소비자와 잘 교육받은 노동력 등을 갖고 있다"며 "20개국과 자유무역협정도 체결돼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접근하기 쉽다"고 말했다.

프린티어마켓·신흥시장 전문투자 회사인 런던의 샤를마뉴캐피털의 경우 지난 4월 테헤란 현지의 터키오즈캐피탈과 이란 투자 펀드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도미닉 보커 잉그램 투자 매니저는 "이란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한자리 숫자인 반면 배당수익률은 두자리 숫자"라며 "이란은 평생 몇 번 볼 수 없는 기념비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의 투자회사인 퍼스트프런티어도 지난 4월 테헤란아가그룹과 투자 펀드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란 언론에 따르면 이달 중순 영국, 프랑스,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투자회사 CEO 9명이 테헤란을 방문해 제재가 해제되면 3억 유로의 자금을 증시에 투자하기로 했다.

◇석유 메이저 "좋아해요, 이란"= 메이저 석유업체들의 물밑 작업도 한창이다. 미국의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이 이란 핵협상의 진행 상황과 미 의회의 기류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전직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등 거물들을 로비스트로 고용한 게 단적인 사례다. 이란의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량은 각각 세계 2번째, 4번째에 이른다. 더구나 이라크와 달리 이란은 정정이 안정돼 있어 투자 이후 생산량을 쉽게 늘릴 수 있다. 현재 이란 정부는 외국인에 대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석유 투자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유럽 석유업체가 더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네덜란드 합작사인 로열더치셸, 영국의 BP, 프랑스의 토탈, 이탈리아의 애니 등 메이저 석유회사의 CEO들은 이달 초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처음으로 이란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로열더치셸의 경우 금융 제재로 동결된 이란의 원유 판매대금 20억 달러를 지속하는 방안을 이란 정부와 논의 중이다. 패트릭 퓨얀 토탈 CEO는 "우리는 이란을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또 핵협상 타결이 타결되면 호텔 등 관광업계의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세계 10대 고대 유산 보유국이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0위권 밖이다. USA투데이는 "올 3월 이란 핵협상 선언 이후 테헤란에 대한 외국인 비즈니스 사절단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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