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내 최대 규모 저층 재건축 추진 지역인 고덕지구 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고덕시영아파트의 경우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하면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나머지 단지들은 무상지분율을 둘러싼 조합-시공사 간 갈등ㆍ소송 등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부적으로도 지하철9호선 연장 계획발표의 호재와 고덕ㆍ강일, 하남미사 보금자리지구 개발 등의 악재가 겹치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아파트는 최근 이주ㆍ철거와 착공 직전 단계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관리처분계획이란 조합원들의 지분가치를 최종 확정하는 것으로 조합은 이에 앞서 지난해 설계변경을 통해 85㎡(이하 전용면적) 1,064가구를 468가구로 대폭 줄였다. 조합 측은 이 안을 바탕으로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은 뒤 빠르면 5월께 관리처분계획 변경총회를 열 계획이다.
고덕시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변경와 관리처분인가 총회를 거쳐 이르면 연내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분제 사업 추진단지는 '거북이' 걸음= 비슷한 속도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했던 고덕지구에서 그나마 고덕시영이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사업 방식이 '도급제'라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사업 성패의 리스크를 시공사가 나눠가지는 지분제와 달리 도급제는 조합이 사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공사는 공사비만을 받아가는 구조다. 2단지를 비롯한 나머지 6개 단지는 모두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단지가 각 건설사들의 출혈수주 경쟁으로 무상지분율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점이다. 무상지분율이란 조합원이 추가분담금 없이 넓혀갈 수 있는 면적 비율이다. 예컨대 무상지분율이 150%면 대지지분이 74㎡인 사람은 150%인 111㎡의 아파트를 추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고덕지구의 무상지분율을 보면 6단지가 174%로 가장 높고 ▦7단지 163% ▦5단지 161% ▦3단지 156% ▦4단지 141% 등이다. 지난해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과천주공1단지의 130%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각 단지들은 사업시행인가를 모두 마쳤음에도 지분율 변경을 요구하며 본계약을 꺼리는 시공사와 힘겨루기만 거듭하고 있다.
고덕동 C공인 관계자는 "세 차례 시공사 선정에 나선 2단지의 무상지분율이 얼마로 책정되느냐에 따라 다른 단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금자리 폭탄도 만만치 않아= 사업이 속도를 내도 문제다. 인근에 4개의 보금자리 지구가 밀집해 있는 탓이다. 고덕강일(1만513가구)를 비롯해 하남미사지구(3만6,229가구)ㆍ감일(1만2,000여가구)ㆍ감북(2만가구) 등 4개 지구에서 공급될 총 물량은 7만8,742가구에 달한다.
가뜩이나 사업 지연과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비까지 높아진 마당에 저렴한 가격의 보금자리주택이 쏟아져 나올 경우 주수익원인 일반분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위례신도시를 포함하면 인근에 10만여가구가 집중 공급되는 데다 둔촌주공 등 대규모 재건축도 예정돼 있어 물량 부담이 만만찮다"며 "전철 연장의 호재가 별 힘을 못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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