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신인왕에 다가서고 있는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사이영상 유력후보인 맷 하비(뉴욕 메츠)도 이겼다. 시즌 성적 12승3패 평균자책점 2.91이 된 류현진은 일본이 자랑하는 다르빗슈 유(27ㆍ텍사스)와 당당히 어깨를 견주게 됐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츠와의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6연승을 달렸다. 실점은 1회 초 1사 뒤 후안 라가레스에게 맞은 1점 홈런이 유일했다. 4대2로 이긴 다저스는 7연승을 내달렸다. 최근 47경기 성적이 39승8패다. 이 경기 전까지 9승3패 평균자책점 2.09에 내셔널리그 탈삼진 1위(178개)를 달리며 최고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 유력후보로 꼽혔던 하비는 5회부터 터진 다저스의 타선 앞에 6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하비를 의식하지는 않았다"며 "포수의 사인대로만 던졌다. 체인지업이 잘 먹혔다"고 밝혔다.
◇탈삼진 빼면 다르빗슈와 막상막하=다르빗슈는 7년간 93승38패 평균자책점 1.99로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가 지난해 찍은 16승이 아시아인의 첫해 최다승이다. 류현진이 5승을 더 보태면 이 기록은 깨진다.
다르빗슈는 올 시즌도 12승5패 평균자책점 2.64로 잘나가고 있다. 특히 탈삼진 207개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압도적인 1위다. 탈삼진(류현진은 121개)만 빼면 류현진도 '다르빗슈급'이다. 승수는 같고 평균자책점은 조금 뒤진다. 투구이닝도 153⅔이닝(다르빗슈)과 148⅓이닝(류현진)으로 큰 차이가 없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서는 류현진이 17차례(다르빗슈는 16)로 앞서 있다.
◇승률 0.800, 나가면 이긴다=이날 승리로 류현진의 승률은 8할이 됐다. 승수(12)가 패한 횟수(3)보다 4배나 많다. 맷 레이토스(신시내티), 패트릭 코빈(애리조나)과 함께 내셔널리그 승률 공동선두. 류현진이 나온 23경기에서 다저스는 17승을 거뒀다. 시즌 초반에는 잘 던지고도 조용한 타선 탓에 승수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타선이 고맙다. 류현진이 등판한 7ㆍ8월 7경기에서 다저스 타선은 한 경기 평균 7.14점을 뽑아주고 있다. 류현진은 "(승률 1위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늘 팀이 이렇게 이길 수 있도록 좋은 투구를 보이는 게 내 몫"이라고 말했다.
◇12승 도우미 유리베=전날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는 난데없이 '유리베'가 1위를 다퉜다. 후안 유리베(34ㆍ다저스)가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류현진과 대치(?)하는 모습이 동영상사이트에 올라오면서였다. 평소 스스럼없이 장난하는 사이였지만 이날 유리베는 자신의 얼굴을 살짝 때리는 류현진을 신경질적으로 밀어냈다.
이 때문에 국내 인터넷에서는 불화를 추측하기도 했지만 유리베는 14일 경기 전 "장난이었다"고 설명하고는 류현진과 다시 붙어 지냈다. 그것도 모자라 유리베는 류현진의 12승 도우미 구실을 톡톡히 했다. 0대1로 뒤진 5회 말 1사 1루에서 안타로 1사 1ㆍ3루를 만들더니 닉 푼토의 2루타 때 홈까지 내달려 역전 득점에 성공했다. 이날 성적은 3타수 2안타 1득점. 류현진과 유리베는 평소처럼 껴안거나 서로 툭툭 치며 친분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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