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감장에 불려온 기업인은 정무위원회 19명을 포함해 4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이 답변한 시간은 대부분 1분을 넘지 않았다. 3시간 기다린 증인에게 10여초의 답변만 듣고 끝낸 경우도 있고 대형마트 임원에게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 묻거나 수입자동차 담합행위를 부동산임대 업체 대표에게 따지는 촌극도 벌어졌다. 증인에 대한 사전조사 없이 무작정 불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같이 불려왔던 한 외국인 CEO의 눈에는 한편의 코미디로 보였을 것이다. 나라망신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 150명 이상의 기업인이 증인석에 더 앉아야 한다. 무의미한 질문과 호통이 반복되며 소중한 하루가 허비될 판이다. 이번에 불려간 이들 중에는 하루 급여로 수백만원 넘게 받는 대기업 임원도 포함돼 있다. 증인 대부분이 회사 중역인 점을 감안하면 수억원이 증인대기석에서 버려지는 셈이다. 국가경제와 기업 모두에 손실을 입히면서 진행된 국감이 과연 그만한 성과를 올렸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는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 국감을 내실화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증인채택을 하고서도 왜 불렀는지 모르고 자기가 써온 원고만 읽는 식이라면 서면으로 대체해도 충분하다. 민생국감을 한다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고 나라망신만 시킨다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