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을 견뎌내며 검증된 고전(古典)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식으로 비틀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고전에서 삶의 단면을 보고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도 한다. 따스한 기운이 조금씩 스며드는 봄날, 스크린과 연극 무대는 고전(古典)에 한껏 물들고 있다.
연극계는 셰익스피어, 체호프 고전을 들고 한국을 찾는 해외 유명 극단을 비롯해 실력파 연출가들이 올해 신작으로 줄줄이 고전을 내놓으며 무대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5일∼17일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의 고전'맥베스'가 일본 전통 예술의 옷을 입고 국내 관객을 만난다. 일본 세타가야 퍼블릭 씨어터 예술감독 노무라 만사이가 셰익스피어와 일본 전통극(가무극 노·대화극 교겐)을 접목시켜 각색,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내달리다 결국 비극을 맞게 되는 맥베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010년 3월 일본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올해 도쿄·오사카·뉴욕 공연을 거쳐 서울에 온다.
러시아의 거장 레프 도진과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말리극장이 만든 체호프의'세 자매'도 4월10일∼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국내 관객을 찾는다. 도진은 세계 연극계가 권위를 인정하는 상을 여러 번 휩쓴 연출가로, 내한 때 마다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무대다. 도진이 무대에 올릴'세 자매'는 체호프의 4대 희극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세기 말 모스크바의 한 지방 소도시에 사는 아름다운 세 자매와 그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꿈과 이상, 사랑과 배신, 좌절을 그린 작품으로 체호프의 작품 가운데 가장 복잡한 희곡이다. 그만큼 깊고도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국내 대표 연출가 한태숙은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인 소포크라테스의 대표작'안티고네'를 각색해 오는 4월 15일∼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숭고한 죽음을 맞이한 안티고네를 주인공으로 개인의 양심과 국가 사이의 갈등을 담아낸다. 배우 신구, 박정자 등이 열연한다.
공연 평론가인 현수정 중앙대 연극학과 객원 교수는"고전에는 현대 사회에도 적용시킬 만한 많은 담론을 담고 있다"며 "연출가가 고전을 얼마나 잘 해체하고 재구성해 현대적 의미를 끌어내느냐에 따라 고전 연극의 생명력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이를테면) 연극'세 자매'는 자극적인 사건 중심이 아닌 잔잔한 가운데 삶의 단면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배치해 만남과 헤어짐 등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고 있고, 관객은 그 속에서 나름의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 무대뿐 아니라 스크린에서도'고전'바람이 거세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명작'안나 카레니나'가 영화로 만들어져 오는 21일 관객을 찾는다. 혁명 직전 제정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사랑과 욕망을 담은 서사극이다. 1800년대 제정 러시아 귀족사회의 화려한 미장센과 아름다운 영상을 기본으로 뭇 여성들의 로망으로 불리는 샤넬 의상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지난 2월 열린 제8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기도 했다. 고전을 재해석한'오만과 편견'(2005)으로 주목 받은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20세기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피츠제럴드의 소설'위대한 개츠비'도 5월 중 관객을 만난다.'로미오와 줄리엣'(1996)을 만들었던 바즈 루어만 감독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또 한번 손을 잡고 고전의 재해석을 시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