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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형 재난 대응체계

김영근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교수


3·11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나면서 당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한 논의는 시들해진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경험했던 원전사고는 공기업의 방만경영이나 원전 비리 등 인재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그 원인이나 해결책은 일본과는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대재앙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일본 재해 거버넌스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의 위기관리 체계와 사례별 대응책 등을 수용해 한국형 재해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3·11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한일 간의 공동위기관리 체제 정비 및 재해전문가 양성 등 실천적 국제협력의 모색이 절실하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문제는 인류애적 연대라는 의미에서 국제협력을 다시 모색하게 했으며 자연스럽게 주변국의 동아시아 연대를 자각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향후 한국 사회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한 대응·극복 논리를 수립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 공동체적 입장에서 실체적 대안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국제협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예컨대 한일 국제협력의 방안으로서 초국가적 재해와 안전 문제에 관한 글로벌 대응 체제로 인재(人災)를 관리할 수 있는 인재(人才)가 절실하다. 3·11 대지진을 교훈 삼아 우리나라도 원전사고 발생을 상정해 복합 연쇄 위기를 관리할 전문가 양성 혹은 공동위기관리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지진 및 재해 관련 학문연구와 과제에 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도 겪어보지 못한 재해와 복구의 경험을 갖고 있으며 재해 관련 학문과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재해연구를 재난과 안전에 관한 융복합적 연구로 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재해연구 선진국인 일본으로부터 더욱더 배워야 한다.

특히 재해에 관한 일본의 검증 결과 및 다양한 제언을 창조적으로 수용해 우리나라에 맞게 소화해내고 재해 관련 학문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재해연구에 관한 선행연구 고찰 및 정보의 축적을 위한 노력이야말로 한국의 재해연구에 있어 중요한 계기라 할 수 있다.



셋째, 한국형 재해연구 및 학문 구축을 위한 제도 등 구체적 방안이 새롭게 모색돼야 한다. 특히 일본의 선진적인 재해학문을 창조적이며 건설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재후(災後)와 재전(災前)의 경제정책 혹은 재해 거버넌스에 있어 차별화 및 특성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진재(震災) 후 경제회복과 진재 전 대비하는 경제정책의 차이점을 상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재후의 회복경제에 비해 재전 성장경제의 추구하는 데는 서로 다른 정책 및 거버넌스가 필수불가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해 거버넌스의 국제협력을 모색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한 국가를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체계적 이해가 선행됐을 때 비로소 보다 더 효율적인 한국의 원전 운영 및 원전사고 대비책도 제시될 수 있다. 사회과학자와 원자력공학자가 같은 시점에 후쿠시마 원전사고 혹은 한국의 원전사고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효율적 재해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한일 간 연구협력은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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