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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춘(36ㆍ토마토저축은행)은 좋아하던 배드민턴을 지금은 하지 않는다. 2008년 최고의 시즌을 마친 뒤 동계훈련 도중 배드민턴으로 몸을 풀다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을 다치면서 2009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불운을 겪어서다. 그러나 발목 부상도 ‘늦깎이 골퍼’ 황인춘의 성실함을 꺾지는 못했다. 대회 출전과 꾸준한 재활을 병행한 그는 30대 중반 적지 않은 나이에 당한 부상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2년3개월 만에 다시 달콤한 ‘우승 맛’을 봤다. 황인춘은 19일 강원 횡성의 오스타CC 남코스(파72ㆍ7,253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한ㆍ중투어 KEB외환은행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전날 차지한 순위표 맨 윗줄을 끝까지 지켜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낸 그는 김비오(20ㆍ넥슨)를 3타 차로 제쳐 2008년 금호아시아나오픈 제패에 이어 통산 4승째를 일궈냈다. 20대 ‘영 파워’가 장악하고 있는 KPGA 투어에서 황인춘은 3040세대의 자존심을 살려냈다. 올 시즌 30대 우승자는 개막전(한ㆍ중투어 1차 대회) 때의 김형태(33ㆍ토마토저축은행) 이후 황인춘이 두번째다. 우승상금은 8,000만원. 황인춘은 군 제대 후 프로골퍼가 되겠다고 결심해 28세이던 2002년 프로에 입문했다. 데뷔 5년 만인 2007년 첫 우승을 신고하고 이듬해 2승을 보태며 강자 대열에 합류했었다. 불의의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던 그는 “오히려 멘털(심리) 부분에서는 더 강해진 것 같다.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성적이 좋지 않아도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라운드에서 3타 차 선두로 나선 황인춘은 이날 빗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정상까지 내달렸다. 8번홀(파5)에서 145야드를 남기고 9번 아이언으로 친 세번째 샷이 그대로 홀 속으로 들어가는 이글을 작렬시켜 승기를 잡았으며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여유롭게 우승했다. 황인춘은 “캐디를 봐준 선배가 이번주 월요일에 드라이버 샷으로 홀인원을 하는 꿈을 꿨다고 해서 그 꿈을 1,000원에 샀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한편 황인춘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KPGA 투어에서는 12명의 각기 다른 챔피언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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