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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ㆍ보물 585호ㆍ개인소장)’가 위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관 등에 소장된 보물급 서화까지도 위작으로 지목돼 진위공방을 둘러싼 파문이 예상된다. 미술품 전문 감정학자인 이동천 박사는 그의 저서 ‘진상(眞相)-미술품 진위감정의 비밀’(동아일보사 펴냄)을 통해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 540여점의 진위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책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통용되는 1,000원권 지폐 뒷면의 ‘계상정거도’는 겸재 정선의 원작을 근거로 그린 ‘임본(臨本:원작을 그대로 베끼는 위작법)’ 이라는 주장이다. 이 작품은 지폐 발행 당시 그림 속 정자 명칭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화첩’(보물 527호ㆍ국립중앙박물관)도 전체 25점 중 6점을 제외한 19점이 위작이며, ‘단원절세보첩’(보물 782호ㆍ삼성미술관리움)도 위작으로 지목됐다. 저자는 백색 안료로 사용된 연분(鉛粉)의 특징을 들어 위작이 20세기 초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신사임당의 ‘초충도8곡병’(국립중앙박물관) 중 일부, 정선의 ‘독서여가’(간송미술관), 심사정의 ‘화접도’(서울대학교 박물관)와 ‘연지쌍압’(삼성미술관리움), 신윤복의 ‘두 여인’(서울대학교 박물관) 등 다수가 위작으로 거론됐다. 또 장승업의 ‘영모도 대련’(삼성미술관 리움), ‘오동폐월’(간송미술관)과 추사 김정희의 종가에 소장된 ‘시골집 벽에 쓰다’(보물 547호)까지도 위작으로 지적됐다. 저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저서 ‘완당평전’을 인용해 미술품 위조가 전문 위조자에 국한되지 않고 평소 작가와 가까이 지내던 주변인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대표 사례로 위창 오세창, 소루 이광직, 권돈인, 김용진 등이 거명됐다. 이 박사는 중국의 대표적 서화감정가였던 양런카이(楊仁愷) 랴오닝성 박물관장의 제자로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1년 귀국해 명지대 대학원에 예술품감정학과를 개설해 교수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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