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를 4개사로 분할해 회생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분할 후 국유화 과정에서 AIG는 지주회사로 남지만 정부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 작업을 밟게 되면 AIG는 창립 90년 만에 간판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AIG는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하게 될 이사회를 오는 일요일 개최한다. FT는 소식통을 인용, 수 차례에 걸쳐 1,500억 달러에 이르는 공적 자금을 투입했지만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AIG를 회생시키기 위해 '통제된 분할'을 통해 4개사로 나누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AIG 경영진은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신용평가 회사와 이 같은 방안을 논의 중이며 최종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AIG는 이에 대해 "FRB와 함께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AIG가 지난해 4분기 60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 발표를 앞두고 있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지 회생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IG는 아시아부문, 인터내셔널 생명보험, 미국 개인사업부문 등 3개사로 쪼개지며 나머지 사업 부문과 부실자산을 모아 또 하나의 회사를 만들 예정이다. 현재의 AIG는 지주사로 남게 된다. 정부는 850억 달러를 지원하면서 확보한 79.9%의 우선주를 전환해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또 원활하게 분할하기 위해 대출금 상환 방식을 완화해주거나 일부 조건을 포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지원금 회수를 위해 결국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1919년 설립된 AIG는 90년 만에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 AIG는 한 때 200억 달러가 넘는 알짜 사업부로 여겨졌던 아시아 핵심비즈니스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어슈어런스(AIA)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열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보험과 신용 시장이 침체되면서 잠재 매수자들이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개인사업부문도 취리히파이낸셜에 매각 직전까지 갔지만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난관에 부딪친 상태다. AIG는 모리스 그린버그 전 회장이 38년 동안 재직하면서 주도한 공격적인 인수ㆍ합병(M&A)으로 세계 1위의 보험사로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그린버그는 2005년 회계 부정으로 물러 났으며 AIG는 막대한 부실을 떠안은 채 부도위기를 맞은 뒤 정부 구제금융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AIG의 분할과 국유화는 씨티그룹 등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금융사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FT는 소식통은 인용, "다른 금융사를 분할할 때 '본보기'(template)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거부감이 커 실제로 AIG 분할안이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 FRB와 정부는 국유화로 인한 시장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상태다. 벤 버냉키 FRB의장은 25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에 참석, "미국 정부는 은행들의 국유화를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세일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사장 역시 "정부가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전략의 일부로 미국 은행 국유화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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