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변의 백이 살려면 참고도1의 백1로 하나 지키기만 하면 된다. 흑이 4로 치중해도 백7까지 자체로 살아 있다. 그러나 이세돌은 10분쯤 생각에 잠기더니 손을 빼어 백60을 두었다. 검토실은 시끄러워졌다. 좌변 백대마가 잡힐 것 같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콩지에는 순순히 흑61로 지켰다. "대단한 인내력이야." 한국기원 4층의 기사실에서 이 바둑을 검토하고 있던 서봉수9단이 콩지에를 칭찬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이세돌이 좌변을 살지 않고 백62로 우변을 두는 것이 아닌가. "이건 좀 심해 보이는걸."(서봉수) "잡힐 것 같은데요."(김성룡) "뭔가 사는 수를 보았는지도 모르지."(서봉수) 콩지에도 더 이상 참지 않고 흑63, 65로 잡으러 갔다. 백70까지는 빠른 속도로 두어졌다. 흑71로 끊기에 앞서 콩지에는 18분의 시간을 썼다. 그 사이에 서봉수와 김성룡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15를 기사실 바둑판 위에 만들어놓았다. "이것으로 끝. 이세돌이 돌을 던질 수밖에 없을 거야."(서봉수) 참고도1의 수순 가운데 중요한 것은 백이 4로 고개를 내밀 때 흑5로 즉시 끊어야 한다는 점이다. 참고도2의 흑2가 더 튼튼해 보이지만 그것은 백7 이하 11로 탈출하게 되어 사냥에 실패한다. 콩지에는 실전보의 흑71로 그냥 끊었다. "콩지에도 좀 얼었구먼. 이런 식으로 잡아서는 얘기가 달라지지. 백도 약간의 희망이 생겼어."(서봉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