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이틀째인 15일 대전에서 개최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교황이 당초 예정된 헬기를 고사하고 KTX를 탄 것이다. 이는 더 많은 이들과 더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평소 교황의 소신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전8시46분 교황은 수행단과 함께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의전 헬기를 타지 않고 서울역에서 대전으로 향하는 KTX에 탑승했다. 그것도 교황만을 위해 특별 편성된 열차가 아니라 일반 승객 500여명과 함께 탔다.
교황이 탄 열차에 탑승한 한 여성 승무원은 "교황께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 드릴 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고맙다'며 미소를 보이셨다"면서 "몸에 배인 겸손함이 모든 행동에서 묻어나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승무원은 또 교황의 메시지를 담은 책에 "축복과 함께 저를 위한 기도를 부탁합니다"라고 스페인어로 적힌 메시지와 함께 교황 서명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열차에서 내린 뒤에도 많은 시민들을 서슴없이 대하는 교황의 모습은 여전했다. 국산 소형차 '쏘울'에 오른 뒤에 창문을 열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아기를 안은 한 여성에게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복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교황의 파격 행보에 대해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는 "본래 헬기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KTX로 대전역에 도착했다"며 "꼭 날씨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허 신부는 "KTX를 타면 사실 더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다"라고 설명해 교황의 행보가 평소 '더 낮은 곳으로 향하라'는 그의 지론과 닿아 있음을 시사했다.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끄는 이 같은 교황의 파격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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