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당국과 보험업계에서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은 이렇다. 지난 2010년 4월 이전에 생명보험을 가입할 때 약관에서 가입한 지 2년 이후의 자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험회사는 자살은 재해에 해당하지 않기에 당연히 해당 조항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하지만 그 취지와 관계없이 문구를 그대로 해석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물론 그 이후 당국도 그 점을 인식해 2010년 4월에 표준약관을 개선하는 등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개정 이전에 가입했던 계약들이 문제가 됐다.
필자는 자살자에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될 경우 발생할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선 보험상품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보험은 여러 사람이 조금씩 돈을 모아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목돈을 지급해 사고당사자 또는 유가족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의의가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료를 정하는 것이 키포인트다. 보험료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것인가 예측하는 통계적 산술로 결정되는데 고의로 발생하는 자살은 포함되지 않아 이에 대해 보험금이 지급될 경우 보험의 원리를 무너뜨리게 된다.
자살은 또 재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재해는 재앙으로 말미암은 피해로서 급격성·우연성·외래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에 맞아야 한다. 하지만 자살은 자살자의 의지가 관여해 우연성이 성립하지 않고 외부 요인이 아닌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점에서 외래성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살은 기본적으로 재해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자살을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9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 특히 자살은 20대 젊은이의 사망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면 과거 생명보험을 가입한 사람 중 경제적·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할 때 나쁜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최근 금융권은 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금전만을 중시하던 자본주의에서 사람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논란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흐름을 무색하게 만든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부는 생명존중의 기치가 이번 논란으로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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