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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ILO 총회와 표류하는 비정규직 법안
입력2006-08-29 16:35:14
수정
2006.08.29 16:35:14
부산 BEXCO에서 29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14차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장에서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실업률은 치솟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40여개국 600여명의 대표단이 머리를 맞댔다.
후안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은 개막식에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간의 격차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초래하고 빈곤 감소 노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격동과 급변의 시기에 양질의 고용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한국의 노사정 대표들도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석, 자신들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포항건설노조원 사망사건에 항의하며 광화문에서 농성을 벌여온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난 27일부터 부산에 내려와 회의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행사 개막 하루 전인 28일 한국 노동현실에 대한 국제 토론회를 개최하며 한국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에서 막을 내린 8월 임시국회는 한국의 취약 근로자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비정규직보호 3개 법안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은 채 회기를 마쳤다. 정부여당이 28일 오는 9월 국회 처리에 뜻을 같이 했지만 정기국회에서도 이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여야는 2월27일 질서유지권까지 동원해가며 기간제 근로자 2년 이상 고용시 정규직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비합리적인 차별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ㆍ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법안에 반대하자 두 당 모두 환노위에서의 강행처리 때의 의지는 오간 데 없이 눈치만 보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취약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적 보호 방안 마련이 관건이란 점에 대해 노동계와 민노당도 견해를 달리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이해득실 계산과 노동계의 명분위주 투쟁으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하고 있는 한국 현실을 국제 노동계 대표들은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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