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6월 열리는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현지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STX다롄조선 문제를 언급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 드립니다."
31개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채권사협의회의 대표인 최희암(사진ㆍ58) 고려용접봉(KISWEL) 중국법인 동사장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 STX그룹의 유동성 문제로 STX다롄조선이 파산 위기에 몰리며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까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STX다롄조선은 지난 3월28일부터 가동이 중지되면서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대금 지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채권사협의회의 파악에 따르면 협력사들의 미수채권이 5억8,000만위안(약1,060억원)을 넘어선다. 최 대표는 "대금 지급이 전혀 되지 않으며 3,000여명에 이르는 현지 한국협력업체 직원들은 물론 384개에 이르는 2ㆍ3차 협력업체들이 8,000여명의 직원에게 임금을 제대로 못 주며 사실상 부도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STX다롄조선은 51%의 지분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중국남방조선(CSSC)과의 협상은 엔진, 플랜트, 중장비 등 핵심기술이 포함된 사업부문 매각 요구에 협상이 중단됐다. 이후 다롄조선(CSIC)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고용승계, 조선소 이전 보상요구 등으로 지지부진하다. 최근에는 단둥풍력집단 등 몇 개 업체가 사모펀드를 조성, 인수를 시도한다는 루머도 돌고 있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당장 급한 것은 공상은행이 지원하기로 한 10억위안"이라며 "다롄시 정부와 금융채권단이 합의했지만 금융권이 머뭇거리며 자금 수혈이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대표는 STX다롄조선의 위기 원인에는 중국 금융권의 차별 대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TX가 지난해에만 은행에 7억달러를 상환했지만 신규대출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중국 금융권이 조선업종과 STX그룹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 푼도 대출연장이 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STX다롄조선 주변에서 중국의 의도적인 STX 죽이기가 아니냐는 루머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 대표는 18년간 연세대 농구팀을 이끈 스타감독출신이다. 서장원, 우지원 등 한국 농구의 스타플레이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며 현대모비스, 전자랜드 등 프로팀 감독을 거치며 한국 농구의 전설로 불리기도 했다. 최 대표는 "농구에서도 감독의 작전이 팀플레이를 만들듯 중국에 진출한 우리 중소ㆍ중견기업들은 정부와 대기업을 믿고 중국에 진출했다"며 "한국 중소기업을 이렇게 내버려둔다면 어떤 기업이 중국에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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