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인문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클래식의 격렬한 이해’ 는 마음으로 다가가 음악을 이해하고 그 음악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양 에세이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학자 겸 작곡가이자 미학자인 에드워드 T. 콘은 오페라 가곡 등 클래식 음악이 창작되기까지의 정황과 문학적인 맥락은 이해하지 못한 채 아름다운 선율에만 매료되거나, 거창하게 차려 입고 마치 제례의식처럼 참여하는 음악회를 거부하라고 강조한다. 대신 저자는 음악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심리학의 전문용어인 ‘페르소나’를 등장시켜 음악과 교감하는 법을 소개한다. 음악을 들을 때 단순히 음악적 기교에 집착하기 보다 듣는 이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선율을 따라가게 되면 연주자와 청중이 혼연일체가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
저자는 18세기 바흐의 칸타타를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한다. “18세기 바흐의 칸타타가 연주됐을 때 합창단과 함께 코랄(합창용 찬송가)을 부른 청중은 이런 방식으로 음악에 참여했을 것이다. 물론 이때 청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미학적 동기보다는 종교적인 동기였을 것이다.”
음악과의 혼연일체는 전통적인 음악감상법에 집착해서는 쉽게 빠져들기 어렵다. 오페라, 가곡 등의 음악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문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번역을 맡은 김정진 씨는 “오페라나 가곡을 작곡할 때 그 원전은 대부분 고전 문학 작품”이라며 “오페라의 원전이나 가곡의 가사였던 시(詩) 등을 읽어보면 당시 작곡가가 어떤 마음으로 곡을 썼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그 시점이 되면 마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 소개된 클래식 감상법관련 책은 대부분 초보를 위한 수준이거나 혹은 아주 전문가들을 위한 것으로 양분되어 있다”며 “음악의 맥락을 이해하고 작곡가의 심정을 이해하면서 음악을 느끼고 싶은 클래식 애호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덧붙였다.
1974년 미국에서 처음 발간된 후 인문학적 클래식음악 감상법의 바이블로 소개 되는 이 책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음악을 이해하는 길을 열어준다. 다양한 음악 작품을 통해 작곡가의 목소리를 추적하는 흥미진진한 여정을 따라가보면 클래식의 문외한이라도 슈베르트나 베를리오즈의 음악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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