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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지암리조트 '화담숲'
단풍나무·희귀종 분재서 원앙·뻐꾸기·도롱뇽까지
자연·동물 어우러져 장관 모노레일 타는 재미도 쏠쏠
● 에버랜드 '호암호'
이른 봄이면 벚꽃 가득하고 물가에는 공작새들 노닐어
호암미술관서 본 풍광 일품… 미술작품 통한 배운음 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과 LG는 리조트 산업에서도 선두주자다. 삼성은 국내 최대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를, LG는 수도권 최대의 스키장인 곤지암리조트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들뿐이라면 너무 밋밋하다. 1등 기업 이미지에도 다소 아쉬운 느낌이 있다. 이들 리조트가 그 속에 또 하나의 '비밀의 화원'을 품고 있는 이유다. 이런 면에서 두 기업은 비슷하다. 곤지암리조트의 수목원인 '화담숲'과 에버랜드의 '호암호'가 그것이다. 화담숲은 자연과 동물들이 어울려 정갈하면서 단아하다. 바람과 물과 소리의 3박자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세상 어디에도 쉽게 찾기 어려운 수목원이다. 호암호는 미술관(호암미술관)으로 이어지며 봄날의 나들이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작품을 통한 배움은 덤이다.
◇'우리의 봄은 너희의 겨울보다 아름답다'…곤지암리조트 화담숲=국내 스키장은 겨울 시즌을 통해 한 해를 먹고 산다. 곤지암스키장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최대의 스키장답게 겨울이면 밤을 잊은 스키어들로 북새통이다. 눈이 녹는 봄이 되면 모든 스키장은 문을 닫고 리조트도 한산해진다. 하지만 곤지암리조트는 그렇지 않다. '화담숲'이 있기 때문이다.
곤지암스키장을 즐기는 스키어들에게도 화담숲은 익숙하지 않다. 스키장과 수목원의 조합이라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화담숲이 국내 수목원 가운데 가장 최근에 조성된 신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총 면적 76만㎡(23만평)의 화담숲이 처음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2010년 임시 개장했지만 수목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한 휴지기를 가진 후 지난해 6월 정식 오픈이 이뤄졌다. 겨우 1년 전이다. 이후에도 보강작업을 확대했고 지난 5월1일자로 분재원(상남분재원)을 오픈하면서 명실상부한 대표 수목원으로 자리잡았다.
보통 수목원하면 평지이거나 가벼운 산자락에 위치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화담숲은 다르다. 스키장과 골프장이 있는 정광산 중턱에서 시작된다. 쉽게 말하면 리프트를 타고 골프장을 지나 올라가야 화담숲의 입구가 나온다.
화담숲은 이렇게 복잡하게 찾을 가치가 있다. 특징은 20여 가지의 주제원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 국내 최대의 이끼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이끼원, 국내 최다 단풍나무 품종을 지닌 단풍나무원, 150여종의 다채로운 수국의 수국원, 여기에 더해 6월에만 공개하는 반딧불이원 등이 주제별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수백개 희귀종 분재들을 모아놓은 상남분재원이 최근 오픈해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 본관을 지나다 보면 모노레일을 볼 수 있다. 수목원에 웬 모노레일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화담숲에서는 묘하게 어울린다. 높은 지형 때문에 이동하기 힘든 방문객들을 위해 마련된 편의기구라고 한다. 모노레일을 타면 금방 정상에 다다른다. 안내방송이 나와 스쳐 지나가는 숲속의 특징을 들을 수도 있다. 정상에서 내린 후부터는 걸어서 찬찬히 구경하면서 내려오면 나름대로 편안히 수목원을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것도 화담숲의 매력이다. 본관 앞 호수에는 원앙 식구들이 방문객들에게 인사하며 산길 구석구석에 뻐꾸기·박새 등 20여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1급수에만 산다는 도롱뇽, 한국 토종민물 거북이인 담생이들이 아이들을 반갑게 맞는다.
화담숲은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리조트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숲 근처에는 차량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리조트 주자창에서 주차를 하고 처음에는 코끼리열차, 그리고 다음에는 리프트를 타고 입구를 찾아가야 한다. 입장료는 어른 1인당 8,000원이다. 리조트 숙박객이 아니라면 주차료가 만만찮으니 화담숲 매표소 앞에서 나눠주는 무료주차권을 꼭 챙겨야 한다.
◇ '테마파크 옆 호수·미술관'…에버랜드 호암호= 5월 이맘때면 에버랜드는 몰려드는 자동차와 사람들로 엉덩이 하나 붙일 곳이 없을 정도다. 어디서나 인산인해, 자동차의 물결이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쉽게 지치기 일쑤다.
만약 시야를 바깥으로 돌리면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차량이 드문 에버랜드 외곽 도로를 돌다 보면 호암미술관이라는 안내판이 보이고 약간은 미로와 같은 길이 나온다. 잘 찾아가기만 하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호수가 있고 미술관이 있고 이곳에서 즐기는 상춘객들의 여유가 있다.
호암호의 본래 이름은 '삼만육천지'다. 에버랜드를 만들면서 인공으로 조성한 호수의 수면적이 '3만6,000평'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에버랜드 놀이시설과 산등성이 사이에 적당한 크기의 호수가 자리잡고 있다. 이른 봄이면 인근이 벚꽃으로 가득찬다고 해서도 유명하지만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는 따뜻한 봄바람을 맞을 수 있는 지금이 최고 시기다.
호숫가에 잔디밭에는 자리를 깔고 봄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에버랜드 전체를 봐서는 구석진 위치이기 때문에 붐비지는 않는다. 잔디밭에는 많은 석상들이 있는 것도 생경한 느낌을 준다. 무인석·문인석·마애불·벅수 등이 간식을 먹는 가족들을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석상들은 바로 옆 호암미술관과 관계된다. 호수의 이름도 이 미술관에서 나왔다.
자연스럽게 호암미술관을 둘러보게 된다. 미술관 쪽으로 가면 본관의 아래쪽의 전통정원인 '희원'을 만난다. 자그마한 연못과 그 가운데 있는 소나무, 그리고 정자가 멋스러운 풍경을 준다. 기와로 장식한 돌담과 십장생이 그려진 꽃담의 정취도 그만이다. 미술관에는 지금 기획전인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옛 그림과 도자기 등에 동자가 그려지거나 새겨진 작품들만 골라서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에 원래부터 전시돼 있는 국보급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호암미술관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본관 2층의 창이다. 3개의 큰 창이 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운데 창 앞의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것이 최고로 평가된다. 푸른 산과 파란 호수가 일체가 돼 다가온다. 봄 가뭄으로 지금은 호수의 물이 다소 줄어든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가끔은 호숫가를 돌아다니는 공작새를 구경할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아야 한다. 물지는 않지만 때로 지르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경기도 용인까지 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인지 이런 풍경을 모두 즐기기 위해서는 호암미술관 입장료인 4,000원만 지불해야 할 뿐 그외는 따로 비용이 없다. 별도의 주차료도 없다.
/광주·용인=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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