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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집보다 다주택에 불리한 세금체계

주택 3채 가격 합산액 고가 1주택보다 적어도

양도세·임대소득세 더 많아

"민간 임대 늘리기 위해서라도 단순 주택수 위주 세제 손봐야"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으로 강남권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현행 주택 관련 세제가 지나치게 보유 주택 수 위주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거래는 물론 보유·임대 등이 모두 다주택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과세체계이다 보니 고가·인기 지역에 대한 수요 편중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거래 정상화라는 정부의 정책과 상반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싼 집 한 채가 싼 집 여러 채보다 유리한 세제=2일 서울경제신문이 고가아파트 보유 1주택자와 주택가격 합산액이 이보다 적은 3주택자의 보유·거래세 등을 분석한 결과 3주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2009년부터 서울 잠원동 L아파트 전용 110㎡(8억3,000만원)를 보유한 A씨와 홍제동 H아파트(3억2,000만원) 및 강남구의 주거용 오피스텔(2억1,000만원) 2채를 보유한 B씨. A씨는 현재 이 아파트를 보증부 월세를 주고 자신도 전세를 살고 있으며 B씨는 오피스텔 2채는 월세를 주고 자신은 H아파트에 살고 있어 모두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서 임대소득을 얻고 있다.

일단 단순 재산세는 A씨가 높았다. 잠원동 아파트의 공정시장가액은 4억9,800만원으로 여기에 0.4%의 재산세율을 적용하면 A씨는 136만원 정도의 재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반면 B씨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모두 합쳐 75만원 정도의 재산세만 납부하면 됐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1주택자는 9억원이 넘어야 종부세를 내지만 다주택자는 이 기준이 6억원이기 때문이다. B씨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300만원의 종부세를 더 내야 한다.

양도세도 다주택자에 불리하다. A씨는 9억원 이하에만 주택을 매도하면 한 푼의 양도세도 물지 않지만 B씨는 2채에 대해서는 고스란히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임대소득 비슷해도 세금은 다주택자만=임대소득에 대한 세 부담도 마찬가지다. 2채의 오피스텔에서 매달 180만원의 월세 수입을 올리고 있는 B씨는 필요경비를 제하고 내야 할 임대소득세가 65만원이다. 반면 잠원동 아파트를 보증부 월세로 세놓아 연 2,000만원의 월세를 받고 있는 A씨는 1주택자라는 이유로 단 한 푼의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결국 주택가격 총액이 A씨보다 1억원이나 낮은 B씨는 재산세·임대소득세를 합쳐 A씨보다 5만원 이상 세금을 더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까지 감안하면 저가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고가 1주택자에 비해 훨씬 불리한 과세 체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다주택자를 '투기꾼'과 동일시하는 기존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가격만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보완책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다주택자의 부담이 커져서는 민간의 임대 공급이 늘어날 수 없다"며 "과세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상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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