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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전세계 뒤흔들 새 화약고로

사우디 등 10개국 후티반군 공격… 수니 - 시아 대리전 가능성 커져

AQAP도 남부 거점 영향력 유지

IS는 모스크 테러 등 세력 확산… 권력지도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미국 對테러전략도 혼란 빠져



경제규모가 우리나라 대비 3%에 불과한 중동의 빈국 예멘이 아랍권은 물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새 화약고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쿠데타 이후 점령지역을 넓히고 있는 시아파 후티 반군을 겨냥해 수니파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이 25일(현지시간) 공습을 단행하면서 중동 전체의 '수니-시아' 간 대리전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종파대결 외에 예멘은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중동 권력지형의 집합소가 돼버린 상황으로 이 때문에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테러 전략 등 중동 정책의 스텝이 또다시 엉켜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델 알주바이르 미국 주재 사우디대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티(반군)의 예멘 장악을 막기 위한 작전을 시작했다"며 "예멘 국민과 합법성 있는 정부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사나 북부의 알다일라미 공군기지 등 후티의 거점지역을 타깃으로 한 이번 공습에는 이집트와 모로코·요르단·수단·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사우디의 걸프동맹국 10개국 이상이 참여했다. 이집트와 파키스탄·요르단·수단 등은 지상군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사우디 정부 소유의 알아라비야 방송은 전했다.

지난 1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후티 세력은 최대 산유국 사우디와 국경이 맞닿은 예멘 북부지역을 접수한 뒤 남부지역의 요충지이자 항구도시인 아덴을 위협하고 있다. 후티에 쫓겨났던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아덴으로 거처를 옮긴 후 유엔 및 걸프국가 등의 지지를 발판삼아 이곳을 임시수도로 선포하고 후일을 도모했으나 최근 후티 세력의 남진이 계속되자 이날 국외로 피신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후티가 같은 종파인 시아파 수장 이란으로부터 무기 및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우디로서는 최대의 숙적인 이란을 등에 업은 세력이 자국의 발밑에 위치한 예멘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사우디 주도의 이번 예멘 공습은 "수니와 시아파 간 대결이며 이는 곧 사우디와 이란의 대결을 의미한다"고 마이클 루이스 오하이오노던대 교수는 진단했다. 이번 공격에 대한 이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예멘을 둘러싼 권력지도가 난수표처럼 복잡하다는 데 있다. 수니파를 대표하는 무장단체이자 알카에다 계열 핵심인 알카에다아라비아반도지부(AQAP)도 예멘 남부지역을 거점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AQAP는 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의 배후이자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 가장 위협적인 테러 세력으로 분류된다. 실제 AQAP는 서구권 테러를 공공연한 제1목표로 삼고 있고 지금껏 미국행 여객기에 세 차례나 폭탄을 싣는 데 성공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도 가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들의 테러를 봉쇄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껏 하디 정부를 통해 AQAP 관련 기밀정보를 습득해왔고 이에 따라 지금껏 106차례의 드론 공격을 AQAP 근거지에 퍼부었다. 블룸버그는 "(친미 성향인) 하디 정부의 실권은 미국이 테러 의심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능력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시리아·리비아 등에서 혼란스러운 지경에 처한 오바마 대통령의 대테러 전략이 더욱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일 예멘 수도 사나와 북부 사다 지역에서는 급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연계세력이 모스크를 겨냥해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민간인 140여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IS도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미 고위급 당국자는 AP통신에 "예멘은 미국과 사우디, 이란과 후티, 하디 정부와 AQAP, IS 등이 각각의 지분을 갖고 있고 이렇게 복잡하게 꼬인 권력관계 때문에 미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멘의 정정불안 심화는 글로벌 시장, 특히 원유 시장에 파급력이 큰 이슈다. 예멘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당 10만배럴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말리아 사이의 국제 석유수송로인 밥 엘만답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은 2013년 기준 하루 340만배럴에 이른다. 이날 국제석유시장에서 유가(WTI 기준)가 전날보다 3% 넘게 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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