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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ICT+두뇌연구 시급하다

빠른 고령화로 뇌질환 문제 심각… 미·EU 이미 미래전략 R&D 추진

체계적 투자·인재 양성으로 브레인 융합연구 집중해야

글로벌 선두국가 될 수 있어


인간은 편의와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뭔가를 탐구하고 개발한다. 전기·자동차·TV·인터넷 등도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정복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뇌다. 인간의 뇌는 소우주라 불릴 정도로 구조가 복잡하다. 무게는 성인 몸무게의 2.5%(약 1,400g)에 불과하지만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오는 2020년쯤에는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때쯤에는 치매 등 뇌 질환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급증한 의료비는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지난 2010년 47만명(노인인구의 8.7%)에서 2020년 84만명(10.4%)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전 세계 알츠하이머 시장은 연평균 10% 넘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에 미국·EU 등은 거대 국가사업으로 브레인-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분야를 선정해 막대한 연구개발(R&D) 자원과 국가 차원의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통해 올해부터 10년간 3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고 EU 역시 지난해부터 10년간 12억유로를 투자하는 '휴먼브레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센서·네트워크·빅데이터·시뮬레이션·슈퍼컴퓨팅·인공지능·인터페이스 등 ICT를 연구플랫폼으로 활용해 뇌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 정부 주도로 관련 R&D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주요국에 비해서는 미흡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브레인-ICT 융합기술 역량은 미국의 70% 안팎에 그쳤다. 일본과도 2~3년 이상 뒤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우리나라가 브레인-ICT 융합 분야의 글로벌 선도국가가 되기 위한 선결과제를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두뇌-ICT 융합연구는 단기성과 창출보다는 10년 이상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EU와 같이 범국가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R&D 자원과 역량을 집중투자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니는 ICT 영역을 중심으로 브레인 융합연구를 전략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BMI(Brain-Machine Interface), 빅데이터 기반 브레인 시뮬레이션, 뇌 영상 이미징 기술은 우리나라가 비교적 빠른 시기에 글로벌 선두가 될 수 있는 영역이다. ICT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면 브레인 융합의 새로운 기술과 시장창출이 가능하다.

셋째 브레인 분야와 ICT 분야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융합형 R&D 연구인력을 서둘러 배출해야 한다. 특히 신경과학·의공학·전자공학·컴퓨터과학 분야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학제적 대학원이나 R&D센터 육성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브레인-ICT 융합연구는 인간의 두뇌와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므로 윤리와 안전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 제정과 이를 R&D 추진과 응용에서 강제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로 인해 뇌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과 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브레인-ICT 융합연구는 단지 인류의 지능이나 인지적 능력을 향상하는 차원을 넘어 뇌와 관련된 인류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감정적 장애나 심리와 관련된 병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김흥남 ETR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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