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이 합동으로 3년간 20만명 이상의 청년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취업난을 겪는 청춘들에게 단비가 될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수출부진과 소비침체 속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당장 기업들의 하반기 채용시계가 제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업에 채용확대를 강요하는 등 일자리 숫자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짜내기식 대책을 마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은 박근혜 정부 들어 나온 여섯 번째 청년 일자리 대책이다. 지난 2013년 10월 중소기업 인력수급 불일치 해소 대책을 시작으로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 등 매년 두 차례씩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청년 실업률은 2013년 8.0%에서 올해 6월 10.2%로 더 높아졌다. 청년 실업자 45만명을 포함한 청년층 취업애로 계층이 116만명에 달하면서 청년들의 취업 좌절감에 빗댄 신조어가 장미족(장기 미취업자), 청년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 오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집마련 등을 포기한 세대) 등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60세 정년이 시행되면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향후 3~4년간 고용절벽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이 되자 정부는 최근 미국의 '청년층 일자리 10만개 창출 프로젝트'가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의 오찬에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스타벅스·월마트·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17개 기업이 오는 2018년까지 16~24세 청년들에게 채용과 인턴 등 10만개의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로 선언한 것과 유사한 행사가 마련된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에 신규채용 목표를 제시해달라고 해 기업들이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하반기에 채용축소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무조건 일자리 확대를 선언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20만개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순수 추가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은 여건"이라며 "하지만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할 수는 없으니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해 같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은 청년인턴과 직업훈련 등 기존 대책의 연장선상에 그치며 20만개라는 목표 중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부적인 수치를 보면 공공 부문 5만3,000개, 민간 부문 3만5,000개 등 정규직 일자리는 8만8,000개 수준이고 인턴이나 직업훈련 등의 방식으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약 12만5,000개다. 문제는 교육훈련과 인턴십이 안정적인 고용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은 정부가 단순히 숫자에 연연해 '긁어모은 수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비롯해 일자리의 양적 증가가 아닌 질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이번 대책의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연구개발(R&D) 같은 전문인력 확보 방안은 아예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고령화에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성장과 고용의 연계성이 약화되는 환경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 여건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에서 제기되는 법인세 인상 논쟁 등은 오히려 기업환경을 더 어둡게 해 고용시장마저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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