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방시혁. 그가 '히트맨'이라는 필명을 들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곡차곡 그의 필명이 히트곡 위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어느새 '히트맨'은 시류를 잘 읽는 그래서 듣고 싶은 노래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굳이 <총맞은 것처럼>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국민 아이들 그룹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2AM이 <죽어도 못 보내><잘못했어>로 연타석 홈런을 쳤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프로젝트 옴므가 <밥만 잘 먹더라>로 최근 3주간 음원 차트 1위를 싹 쓸었다. "기획이 성공한 경우죠. 곡을 쓰고 가수를 생각했어요. 남자 듀엣 그림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시원한 여름 노래로 풀었죠.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그런 노래요. 컨트리 송처럼 올드한 느낌이지만 사운드는 구리지 않은 노래죠." 방시혁은 2010년 가장 '핫'한 프로듀서이자 '쿨'한 전략가이다. 최근 한 케이블채널에서 20대가 뽑은 작곡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쉴 틈은 없다. 옴므에 이어 겨울에는 팜므를 기획 중이다. 여성 듀엣을 통해 "청승의 끝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여기에 '거리의 디바' 임정희 컴백 앨범이 대기 중이다. 2AM의 정규 앨범도 작업을 마쳤다. 내년에는 '여자 2AM'도 출격을 준비 중이다. 가장 흥미로운 기획은 '방탄소년단'이다. '저격수'를 뜻하는 '히트맨'의 총알을 받아내는 힙합 크루다. "우연히 UCC를 봤는데 어린 친구가 랩도 잘 만들고 예쁘게 생기기까지 했어요. 친구들을 한번 데려와 봐라 했더니 유유상종이더군요. 아예 전국적으로 힙합하는 친구들을 모으는 이벤트를 열어요. 제가 힙합 1세대에요. 이런 친구들을 볼수록 열심히 음악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죠." 방시혁의 감각이 빛나는 점은 각기 다른 가수들을 최신 트렌드와 맞춰낸다는 데 있다. 가수의 장단점을 천착해 유행의 접점과 통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야구로 치자면 걸리면 넘어가는 홈런 타자가 아니라 투수에 맞춰 쳐내는 교타자에 가깝다. '버터향'이 가득한 GOD의 <프라이데이 나잇>도 '김치향'이 나는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도 방시혁이라는 교집합에서 만난다. 음악을 대하는 그의 원칙이 궁금했다. "문화에 높고 낮은 위계는 없다고 봐요. 진보적인 음악을 하자고 했죠. 진보가 곧 고급의 음악을 뜻하지는 않아요. 당대 없거나 옛날 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죠. 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가 좋은 예인 것 같아요. 최근에 볼 수 없던 조합과 음악이었으니까요." 넉넉한(?) 몸집과 달리 그의 말투는 날렵했다. 진보성을 추구하며 대중성을 견지한다는 말은 궤변처럼 들렸다. 뻔한 음악은 하기 싫지만 대중성이라는 안전한 길도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 하지만 그의 음악은 오묘하게 이 모순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한 심리학자가 저보고 문제제기를 해놓고 정작 현실 세계에 적응하는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그게 꼭 저에요. 그래서 저보고 '하프(Half) 반골'이라고 하죠. 제 음악도 절 닮지 않았을까요. 하하." 방시혁은 6년 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연예인이나 매니저가 아닌 프로듀서가 회사를 설립해 노래의 생산에서 유통까지 지휘 통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했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이제 '히트맨'이라는 필명은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자신이 '킬러 콘텐츠'로 살아남겠다는 의욕적인 도전이다. "제가 생각해도 워커홀릭이죠. '자연인' 방시혁은 별로 재미가 없어요. 의미도 없고요. 음악 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노는 것도 이성을 만나는 것도 음악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면 믿으실까요? 더 오래 건강하게 음악을 하기 위해 요즘에는 다이어트도 한답니다. 하하." /스포츠한국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