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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과 비슷해진 한국 물가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물가수준을 비교한 결과 국내 물가가 미국과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우리의 국민소득은 이제 1만8,000달러를 겨우 넘었다.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물가는 미국과 대등해진 것이다. 또 어느 다국적 부동산업체가 도심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집값을 조사해보니 서울이 3위로 런던이나 뉴욕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물가와 집값이 얼마나 높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민의 삶의 질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물론 한국의 물가는 미국과 엇비슷하지만 유럽연합(EU) 등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아직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오름폭이 가파르고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4년 미국의 84 수준에 그쳤던 국내 물가는 지난해 85, 올해는 95에 달했다. 불과 3년 사이에 11포인트나 뛰었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안에 한국 물가가 미국을 추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국내 물가의 고공행진에는 원자재 값 급등과 원화 강세 등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원유 등 원자재 시세가 가파르게 뛰다 보니 공산품 가격이 오르고 그로 인해 개인 서비스 등 각종 요금도 덩달아 뛰는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비 급등과 집값 상승 같은 대내 요인이 더 크다. 소득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은 물가가 초래하는 부작용은 하나둘이 아니다. 사회 전반의 고비용구조를 고착시킴으로써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소비를 위축시키고 근로의욕을 감퇴시키는 것은 물론 노사관계도 악화시킬 수 있다. 결국 고물가는 기업의 생산원가 증가를 초래함으로써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한다. 외국 기업의 투자나 국제행사 유치도 어렵게 된다. 굳이 물가가 비싼 나라를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물가가 비싸다는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경쟁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고 개방을 촉진함으로써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원화 강세의 효과가 제품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업계 스스로의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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